교보교육재단 소식

여기까지 오는데 14시간이 걸렸어요.

 

▲    책소개를 하는 김진혁 교사

 
 김진혁(장흥초등학교 교사)

 
전남 장흥에서 목포까지 1시간. KTX를 타고 용산까지  2시간 30분. 지하철 40분. 양재역에서
삼척까지 2시간 30분. 약 7시간을 들여서 만나러 간 분이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누구를 만나러 간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저에게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사람이 대단한 게 아니라, 찾아오게 만든 사람이 대단한 분이지요. 

권일한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12년이었습니다. 학생들과의 삶을 글로 기록하시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었고, 7년이라는 기간 동안 선생님의 책 소개, 교실 이야기를 SNS로 전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마음으로만 동경했던 선생님을 1박 2일이라는 시간동안 만나서 참 좋았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같이 해맑은 얼굴로 리모델링한 학교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시던 모습, 진지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독서토론을 이끌어 가시던 모습, 삼척의 죽서루와 동해의 추암 촛대바위를 안내해주시던 모습. 권일한 선생님은 사양하실 표현이지만, 권일한 선생님은 아이 같은 얼굴에 큰 어른의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십니다. 

 

▲     권일한 선생님과 함께

   
어떻게 독서캠프를 열어야 할까 SNS로 몇 차례 넌지시 여쭤봤지만 글과 말로 전달 받은 것을 실천하는 데는 자신감과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이번 독서기행에서 선생님과 직접 여러 활동을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구나.’ 

독서를 할 때, 뭔가를 알아감으로 변화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책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그동안의 내가 했던 독서는 깨달음과 지식 쌓기였는데, 학생들과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 재밌어지는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부터 책놀이를 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손에 들려있던 책들에 관심이 생겼고, 그 책들을 모두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겼으니까요.

권일한 선생님은 확실히 책을 재미있어 하는 분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책을 읽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 학생들을 책으로 재밌게 해줄 수 있지요. 그동안의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려 하고, 독서를 통해 뭔가를 깨닫고 성장하려 했던 것은 책을 수단으로 삼은 거구나. 그러면서 책의 재미를 잃어버렸구나. 책은 그냥 재밌으면 되는 거구나.

권일한 선생님은 유명해지려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지역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교사가 가야하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학생들과의 재미있는 활동이나, 아이들과 행복한 모습을 자랑하고, 게시글 조회수를 늘리시려고 삶을 기록하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선생님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삶을 정성스럽게 기록하는 분이었습니다. 

 

▲    속초 앞 바다에서

 

전남 장흥에서 교사로 살고 있는 저는 그런 권일한 선생님을 닮고 싶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빛나려는 존재가 아니라 빛나게 하는 존재로, 빛나는 존재를 묵묵히 바라봐 주는 존재로. 

도시의 다양한 문화생활과 배움의 기회를 누리지 못해도, 전국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 교류하지 못해도, 잡초가 자라나고 소똥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런 곳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음을 권일한 선생님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 권일한 선생님이 계시듯이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꿈을 갖게 된, 꿈같은 1박 2일의 시간이었습니다.

 


교보교육재단은 매년 '교보교육대상 수상자 탐방'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8 참사람육성 부문 수상자 권일한 선생님과 함께 '행복한 독서기행'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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