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 네이버블로그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ebook보기

참사람 인터뷰

오지를 넘나드는 파일럿,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결단

오현호 (부시 파일럿)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리더, 오현호 파일럿

 

 

“안녕하세요!”

 

재단 사무국으로 말쑥한 차림새의 남성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단단한 체격과 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아웃도어 활동이 생활화된 사람이라는 인상입니다. 삼십대 중반의 이 오피니언 리더에게는 밀도 높은 삶을 살아온 사람 특유의 진중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교보교육재단의 20주년 기념 연중기획 ‘참사람을 찾습니다’의 다섯 번째 인터뷰 주자, 오현호 파일럿입니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도전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관조하는 대신 실행하는 삶'의 가치를 듣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현호 파일럿님, 반갑습니다. 도전과 실행을 통해 진정한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증명하고, 대중들에게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여행가이자, 도전가이자, 파일럿이 되신 것도 모자라 작가가 되셨어요. 작년 출간된 책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부시 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제목이었죠.

 

어떻게 책을 내게 되셨나요?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구체화 된 건 유럽 일주 할 때였습니다. 여행 서적을 만들고 싶어 출판사와 미팅까지 진행했는데 원고를 완성하고 보니 제가 질색하는 부류의 책이 완성되어 있었어요. 당시 쏟아지던, 어떤 특별함도 없이 시중에 널린 흔한 느낌의 여행 책이었죠.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모두 접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 파일럿 교육을 받으며 이 책을 쓰게 되었어요. 당시 지내던 곳이 글쓰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어요.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 연락하는 사람까지 없으니 온전히 제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 생각할 거리,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때처럼 글을 쓰기가 힘들어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거기에 최적화된 장소를 찾고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소에 가면 오로지 그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말이죠. 누군가에게는 카페가, 누군가에게는 방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외부세계와 잠깐 멀어져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입니다.

 

책 속에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다양한 리더십 경험들이 담겨 있어요. 오현호님이 생각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리더란 ‘희생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희생’이란,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리더를 생각할 때 강한 행동과 말로 상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먼저 떠올리죠.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팔로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리더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일을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저 사람도 저런 일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문화가 한 번 정착이 되면, 그 조직은 굉장히 수월하게 굴러갈 수 있습니다.

  사실 리더라는 자리가 주는 어드밴티지에 많은 사람들이 현혹됩니다. 리더의 위치에 있지 않을 때는 “내가 리더가 되면 그렇게 하지 않아야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물질적 가치나 명예가 시야에 들어오면 초심을 잊는 사람들이 많아요. 진정한 리더라면 그런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며 먼저 나서서 희생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가치관은 어떻게 가지게 되셨나요?

  저는 남들의 장점을 카피하는 것을 가장 잘해요.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장점을 한 개 씩만 배워도, 그리고 그 중 절반만 내 것으로 만들어도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겠어요. 

  군대에서 만난 선임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해병대는 상하관계가 굉장히 수직적이고 견고하죠. 이병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병장은 상병을 부르고, 상병은 일병을 불러서 기합을 주며, 최종적으로 일병이 그 누적된 화를 이병에게 토해내는 구조입니다. 하루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중간 위치의 선임이 굉장히 곤욕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후임들을 말로 타이르더군요. 그리고 본인이 먼저 나서서 실행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명이 본보기로 그렇게 행동하자 변화는 모두에게 찾아오더군요.



 

해외 경험 중 만났던 기억에 남는 리더가 있으신가요? 

  호주에서 제가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있어요. 낯선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자 사회적 약자에 불과했던 제 말을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준 사람이었죠. 아무리 심성이 고운 사람이라 해도 외국인을 돕기는 쉽지 않아요. 자라온 배경과 문화가 다르고,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게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기를 꺼리죠. 그 분은 달랐습니다. 국적, 인종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하여 저를 도와주셨거든요. 그 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 20대의 가치관을 형성시켜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물론,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죠.

 

삶의 아주 중요한 지점에서, 약자를 이해하고 함께 해주는 좋은 리더를 만나 긍정적 영향을 받으셨네요.

  예컨대, 외국 사람이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면 우리 역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러면 그 연은 거기서 끝나게 되는 거죠. 사실 물어볼 건 많아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왔는지, 한국은 왜 왔는지, 지금 사는 곳은 어디인지, 월세는 얼마인지. 그런 소통 과정에서 그 사람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 사람 또한 대화를 통해 한국을 배우고 자신의 경험을 만들어 가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 적 없는 사람들은 우리가 내미는 한 마디가 그들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가는지 모르죠.

 

결국 리더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 상황에 처해보지 못하면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은 머리로는 누구든지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행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내 스스로가 먼저 비슷한 상황에 처해봐야, 몸에 각인되어 있어야 즉각적인 행동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상황 속에 나를 내 던져 겪어보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은 많이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비결은, 지금 얘기하신 것처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직접학습과 간접학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많은 분들이 간접학습을 합니다. 책과 같은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죠. 두 번째는 직접학습입니다.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방법이죠. 최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새로운 일을 지속적으로 벌이세요. 몸으로 배운 것은 잘 잊어지지 않아요. 머리로, 귀로 배운 것은 아무리 큰 감동을 받았어도 조금 지나면 희미해집니다. 심지어 글로 남겨도 그때의 감흥은 살아나지 않죠.

  그래서 안주할 때가 되면 다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힘든 과정이에요. 내가 아무리 한국에서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러 와도, 미국에 가면 다시 항공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하거든요. 사람이란 결국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정체됩니다. 그게 싫다면, 억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 나를 내몰고 도전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변화된 나를 만날 수 있어요. 



 

 

청소년 시기에는 많은 꿈과 실행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학생들은 자신의 일상에 갇혀서 정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정체되지 않기 위한 ‘계기’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시작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뭐든지 해라, 바깥으로 나가라’ 라며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먼저 롤모델을 찾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꿈이 없어도, 잘하는 것이 없어도, 심지어 취미가 없어도 괜찮아요. 그런 친구들조차 롤모델은 있거든요. 아주 단순한 감정이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저 사람 멋있다, 저 형 폼 난다.’ 이런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고 있잖아요. 자기만의 롤모델을 설정하고 그 사람의 역사를 거꾸로 되짚어 나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그가 어떤 시기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파악하고, 그의 좌표와 나의 좌표를 하나씩 도입해서 실천해 나가다 보면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것이 맞는지 알 수 있게 돼요. ‘난 이게 재미있어, 난 이런 사람들과 잘 맞아.’ 그런 감정들 하나하나가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청소년기에 롤모델이 있었나요?

  뚜렷한 롤모델을 상정하기 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장점, 누군가의 멋진 부분을 카피하는 게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거든요. 군대 선임이 호주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는 얘기를 딱 한 번 지나가듯이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모두 흘려들었지만, 저는 얼른 간직했죠. 가슴 속에 품고 나도 이 사람처럼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고 강사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구글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방법을 서칭 하고 일단 실행 과정에 자기 자신을 집어 던지세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이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지만, 대부분 그 상태에서 끝입니다. 일단 저지르고 발을 담그는 게 중요해요. 저지른 후에는 이걸 이루어내기 위해서 사람은 움직이게 되거든요. 내가 주위에 한 약속들, 투자한 돈과 시간 등이 아까워서라도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게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다양한 저지름을 통해서 ‘내가 가장 잘 하는 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사실 인간은 중력을 거스를 수 없죠. 하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는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산 정상에 오르고, 비행을 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활동에 대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고, 도전하려 하지 않아요. 이 말은 곧 역으로 생각하면,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니 만큼 조금만 잘해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쉽다는 겁니다.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죠.

  제가 해 온 것들이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죠.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체 그걸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지만, 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단지 차이는, 그러한 경험의 선례를 만들어 본 적이 없기에 어려워 보이고 두려움이 생길 뿐입니다. 막상 실행해보고 방법을 익혀보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보가 없는 대상 또는 분야를 무작정 도전하는 것은 꽤 리스크가 따르지 않을까요?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구글, 페이스북으로 단 1분만 검색해도 그 분야의 전문가와 접촉할 수가 있거든요. 멕시코에서 동굴 다이빙을 하는 강사, 어느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인권 변호사 등.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사람이라도 검색하고 조금 용기내어 메일을 보내면. 그들이 경험하며 쌓아왔던 지혜를 카피할 수 있고 또 인연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저 또한 파일럿을 준비하기 전 다섯 명의 파일럿을 만나 조언을 구했어요. 주위에 있는 친구? 부모님? 선생님? 직장상사?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물어봐도 그 분들은 답을 줄 수가 없어요. 일반인들의 가장 큰 오류 중 하나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 대부분 조언이랍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든요. 가장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은 당장 그 일을 실제로 해본 사람, 하고 있는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하지만 정보가 없는 대상 또는 분야를 무작정 도전하는 것은 꽤 리스크가 따르지 않을까요?

 

 

리스크에 대한 걱정 때문에 꿈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주는 큰 팁이네요. 오현호님은 도전의 연속으로 점철된 밀도 있는 삶을 살아오셨어요. 때로는 힘들거나 지치는 순간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힘든 순간들 또한 너무 많았죠. 남들보다 실수도 실패도 많았습니다. 꾸지람 듣고, 주눅 들고, 스스로가 비굴하다고 느꼈던 순간들도 많았죠. 비교적 최근의 일로는, 부기장들이 한 달을 채 못 버틸 정도로 악랄한 기장이 있었어요. 제가 그 사람과 함께 비행을 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죠. 한 가지 깨달았던 것이, 제가 주눅 든 모습을 보일수록 더욱 신나하며 공격하더군요. 이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그 사람의 언어적 폭행이나 지적에도 일부러 더 크게 웃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이전과 다른 리액션을 취했어요. 거기에 오히려 제가 먼저 그 사람의 실수를 찾아서 지적하기 시작하니 점차 달라지더군요. 그렇게 반년을 버티자, 사람들이 저를 향해 Thick skin(철면피)라며 놀라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또 하나, 제 가장 큰 장점은 ‘빨리 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하고 슬펐던 기억을 오래 곱씹을수록 나만 손해거든요. 최대한 빨리 잊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흔히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망각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동감합니다. 물론 쉽게 잊어지지 않는 것들, 풀리지 않는 기억과 감정들도 있겠죠. 그럴 때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일럿이 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기간 트레이닝이 필요한 일인데, 비전공자들도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어요. 

  가능합니다. 물론 뒤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 기간만큼 항공을 공부해온 친구들과는 다른 경험을 저 또한 해왔으니까요. 예컨대 비행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장과 또는 관제탑과, 언어적으로 통하지 않을 때, 특정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효과적인지 학교는 가르쳐 주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스킬을 다른 곳에서 경험하며 체득했기 때문에 오히려 파일럿으로서 장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모든 환경은 평등하지 않아요. 내 상황을 탓하면서 ‘할 수 없어. 나는 이미 출발점에서 멀어졌어.’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잘 견뎌내세요. 사람의 능력이란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고 꾸준히 해온다면 대부분 비슷한 경지에 오를 수 있어요.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그렇게 원대한 포부는 없어요. 아직 제 스스로가 그런 꿈을 품을 정도의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내일 당장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뭔가 알 수 없는 큰 변화가 닥칠 수도 있는 일이죠. 미리 큰 꿈을 품기보다는 당장, 오늘, 지금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받았어요. 본인이 받았던 그런 것들을 다시 누군가에게 되돌려주고 싶으신 거죠.

  맞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호주의 인연부터,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 참 다양한 도움과 영감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하지만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캄보디아의 어느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느꼈던 것이, 결국 나 좋자고 하는 일이더라고요. 스스로의 뿌듯함을 위한 것 일뿐 그 곳에서 한 달 활동 한다고 아이들의 삶이 바뀌지는 않아요. 제가 정말 돈을 많이 벌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하든, 기업가가 되어 그들을 채용 하든, 행동가가 되어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든, 그 정도의 위치가 아니면 나 혼자 아무리 잘나서 뛰어다닌다 해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항상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지 하는데, 돈이 안모이더라고요(웃음). 그 이야기인즉,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힘들거나 못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단돈 100만원이라도 있을 때 실행하자 했던 것이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장학금 펀딩 프로젝트입니다. 장학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을 찾아서 돕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부시 프로젝트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분들과 함께 하실 예정이라고요.

  내가 파일럿이 된다면 누구에게 이 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비행이라는 게 사실 누구든지 돈과 시간만 있으면 잠깐이나마 체험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최소한의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과 암 환자들입니다. 그들과 소통하고, 휠체어를 공항까지 함께 실고, 필요한 순간에는 업거나 부축하기도 하면서 비행을 한다는 것, 그 과정을 감당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죠.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곧 이 프로젝트를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되실 겁니다.

 

진정한 리더에 대한 의견부터 현재진행형인 꿈 이야기까지, 삶을 통해 깨달은 가치들을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현호님이 생각하는 참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입이 아닌 몸으로 증명하는 사람’입니다. 책을 쓰고 나서,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연예인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을 꾸준히 만나왔는데, 그때 제가 느꼈던 것 하나가 ‘세상에 가짜들이 이렇게나 많구나’였어요. 지식과 미사여구로 치장된 현란한 언변으로 무장하고 언론을 이용해 대중의 존경과 부를 누리지만, 뒤에서는 아주 그릇된 행동들, 잘못된 언행을 쉽게 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누군가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존중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말만 화려한 게 아니라 행동이 화려한 사람들입니다. 

 

 

변화는 낯설고 가공되지 않은 사고방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기준,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잠깐 멈추고 옆길로 새기도, 심지어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솟기도 하는 ‘오현호’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타인이 원하는 삶이 아닌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가지 않는 길'로 가는 사회, 이를 만용이 아닌 기회와 도전으로 용인하고 힘을 실어주는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글 : 교보교육재단

사진 : 오현호 / 교보교육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