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 네이버블로그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ebook보기

내가 만난 참사람

당신의 나비 효과

글 : 김주혜(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81번째 편지
당신의 나비 효과

 

글 : 김주혜(참사람 독자)

 

 

 

밝아 보이는 성격, 긍정적인 말을 뱉고 있는 입술, 웃고 있는 얼굴. 그 친구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친구는 어느새 반 친구들과 친해지더니 나에게도 다가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었다. 

그 이후로 별로 친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힘들어 보이거나 지쳐 보일 때면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 봐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너무 고마웠다. 자신의 아픔과 고통만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타인의 안부를 물어줄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살필 줄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와 꼭 친해지겠다고 결심했다. 바보같이 너무 유들유들한 성격 때문에 내가 조금만 다가가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니 금방 친해질 수 밖에.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흩어진 쓰레기를 줍고 있는 누군가를 봤다. 술에 취한 사람인 줄 알고 피해가려고 했던 찰나 쓰레기를 줍고 있던 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 너 여기서 뭐해? 너가 봉투 터뜨린 거야? ”

“ 아니ㅎㅎ 봉투 안에 음식물이 있었는데, 봉투가 얇아서 터진 듯해”

“ 근데 너가 왜 치워? “

“ 사람들이랑 자동차 지나다니는데 불편할 까봐…… 금방 끝나! ”

이 말을 듣는데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포함해 많은 쓰레기들이 악취를 풍기며 나뒹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사비로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친구가 그 순간에는 누구보다 크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은 등교를 하던 도중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계신 할아버지가 언덕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곤 아무런 고민 없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 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 

라고 묻고서 아무렇지 않게 언덕까지 리어카를 끌어주는 친구의 모습도 보았다.

 



처음에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몇몇 친구들처럼 생기부 자소서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착각이었다. 왕따를 당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같이 밥을 먹어주고, 자신과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싸워도 둘 사이의 중립을 지킬 줄 알고, 바람 때문에 쓰러진 도로 위 간판을 바로 세워주고,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내 친구는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들 눈에도 그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학생 주임 선생님과 그 친구는 ‘학교 안전 지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학교 주변의 위험한 도로 상황과 학생들의 위험한 등하굣길을 위해 사진과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구청과 교육청에 제출하여 실제로 학교 주변 안전 상황을 바꾸어나갔다. 덕분에 학생들은 안전한 상황에서 공부하고 등하교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도 줄곧 잘하던 친구라 특목고에 진학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에서 일본군 성 노예 할머님들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수익금으로 기부하는 모습도 보았다.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분노하며 함께 울어주고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사회의 온도를 한 층 더 높였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 너한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 “

“ 그래 보여?? 크크크 뭐 그 말도 쬐끔 인정. 그런데 말이야. 너 나비 효과라는 말 아냐? 나는 그 말을 믿거든.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사람들에게 점점 퍼지게 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주게 되고 그러한 선순환이 반복되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하. 그리고 나도 몰라! 그냥 사람들 도와주는게 좋아. 행복해.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 

나비 효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내 친구로부터 받은 나비 효과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함이 내가 이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다. 이 말을 들은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 지내며 긍정적으로 바뀐 내 가치관, 친구 보고 오지랖을 떤다며 구박 했지만 함께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해진 하루하루. 어쩌면 친구의 나비 효과는 나에게 커다란 바람으로 날아왔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분들의 삶에도 작지만 따스한 바람이, 나비의 날갯짓이 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