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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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위기 청소년들의 삶에 등불이 되어준 참사람, 임석환 신부

임석환 신부

 

 

2020년 교보교육대상 참사람육성 부문 수상자인 임석환 교장신부를 만났습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사랑으로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새로운 대안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학교 안팎을 아우르며 참사람 육성에 기여하신 임석환 신부에게, 참사람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물었습니다.  

 

Q. 학교 밖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1986년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 학교 분위기가 그랬다. 우수한 인재가 되도록 가르치지만 정작 한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문제의식을 느꼈고, 신부가 되면 청소년 관련된 사회적인 일들을 해야겠다는 꿈을 품었다.

군대에서 13년 간 군종장교로 근무했는데 거기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던 아이들이 결국 군대 와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 방치되어 있던 관심사병들은 데리고 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점점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했고 군 안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굉장히 보람 깊었다.

군 생활을 마친 후 다시 대구로 왔는데, 학교 상황은 예전과 달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했다. 교실 인원의 절반 정도는 엎드려 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여전히 방치하고. 군대와 비슷했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을 쏟은 첫 번째 결과가 대구가톨릭대안교육센터였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센터로 초청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Q. 어떤 프로그램을 하셨기에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신부님을 찾아 왔을까요?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좋은 프로그램이나 훌륭한 시설이 아니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하나의 존재, 단 한 사람의 어른이었다. 아이들이 가진 문제의 시작은 대부분 가정이다. 가정 안에서 방치되거나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진정으로 사랑을 가지고 이끌어주는 어른들이 주변에 없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온 마음을 다해 소통을 하며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자기의 편이 생겼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자기 자신을 가꾸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변화는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명이 마음을 열면, 그 분위기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염된다. 연쇄작용처럼 꼬리를 물고 한 명씩 한 명씩 학교 공동체로 편입되어가는 것이다.

 

Q. 청소년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네요. 다만 평범한 학교에서는 그런 지속적이고 진실한 소통이 여건 상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요?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교 교육 자체가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소수의 엘리트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학생들은 방치되는 셈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형평성과 공정성이라고 믿는다. 

학생들은 모두 똑같지 않다. 한 명 한 명마다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학교가 가져야 할 핵심목표이고, 이를 위해 교사들의 역량 또한 다양해져야 한다. 과목 중심의 교사 외에 산학겸임 교사, 이를테면 도자기 굽는 교사, 협동조합 운영 교사처럼 여러 콘텐츠를 갖춘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직 19세기 교육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은 ‘학생 부적응 학교’가 맞다. 학교가 아이들의 욕구와 특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거다.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개념 대신, 아이들이 배워나간다는 식으로 사고의 중심점이 전환되어야 한다. 학교와 시스템이 중심이 되어 아이들을 이끈다는 것은 낡은 컨셉이다. 대신,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데 학교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이런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존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와 개성에 학교가 부합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다. 물론 지금의 학교들은 규정, 규율, 지침 그리고 달성해야 할 목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한계점이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Q. 그런 의미에서 해올중고등학교에서 참 다양한 시도들을 하셨어요. 특히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즉 경험학습을 진행하셨던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학생들 각자가 선택한 직업 현장에서 그 일을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는 과정이다. 여기에서도 중심은 학생의 의지다. 물론 선생님들도 좋은 업장이나 사장님을 찾지만, 학생들 또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학교에 제안을 하는 형태다. 체험하고 싶은 직업과 직장을 아이들이 직접 발굴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학습의 과정에서 아이들은 뜻밖의 인생 멘토를 만나기도 한다.

전국 단위의 고깃집 프랜차이즈 회사가 학교 인근에 있다. 회사 대표님이 학창 시절 방황을 많이 했던 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회사에서 1년 정도 직원으로 근무하며 직접 고기도 손질해보고, 식당 운영 방식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대표님이 본인이 방황을 했던 이야기, 마음을 잡고 정착한 과정들을 들려주었고 그런 살아있는 경험담들이 아이들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Q. 학교 밖 청소년을 지도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신부님은 가정을 꾸리지 않으셨는데, 학생들을 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아이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특히 우리 학교에는 ADHD,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증 등 병리적 문제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10년 가까이 함께 해오니,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관계의 진정성을 느꼈을 때, 바로 그 순간 아이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가와 준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함께 부대끼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고, 함께 산에 오르는 등 소소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시간이 인내고 인내가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장시간 꾸준히 곁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친구들이 달라져 있다. 무엇보다 돌발적인 상황이 생겨도 절대 내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에 귀의하여 가정을 꾸리지 않았지만, 학생들과 함께 하는 데에는 오히려 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아무래도 모든 에너지와 관심이 자녀를 향해 집중 되어 있고, 사물이나 현상 또한 자녀를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해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을 보편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각자의 독특함과 개성과 다양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같이 어우러져서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내가 신부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Q. 지금까지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났을 텐데,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떠올라서 한 명만 꼽기 참 어렵다.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작년에 입학해서 이제 2학년이 되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이 친구는 집 안에서 바깥에서나,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조차 박스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하려는 몸짓이었다. 우리 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사진들이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절대 강제적으로 박스를 빼앗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자신의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 흥분하면 교사에게도 심한 욕설을 하는 아이였는데, 그런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절대 맞서 다투거나 무작정 말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고 해소해낼 때까지 도와주었다. 그렇게 반년 정도가 지나자, 어느 순간 그 아이가 박스 바깥으로 나오더라.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연기실력이 썩 훌륭하다. 욕설 실력만큼이나 캐릭터에 이입하고 감정을 녹여내는데 탁월한 솜씨가 있다(웃음). 우리는 이처럼 우선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갈등 상황에도 우리 선생님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 학생 곁에 있을 거라는 신뢰를 주고자 노력한다. 어렵고 지난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변화는 찾아온다.

 

Q. 지금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에게는 먼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의 가능성을 못 보는 친구들이 많다.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더 많이 남은 청소년들이 부디 앞으로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처럼 당부의 말을 하기는 했지만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해보니 결국 말로 전하는 가르침보다는 말과 삶이 일치된 모습이 좋은 본보기가 되더라.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다. 덕목과 가치를 말로 주입시키려 하기 보다는, 실제 그렇게 행동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라.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해올중고등학교는 이제 다른 분들께 맡기고, 인가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로 옮길 계획이다. 얼마 전 대안학교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통과되어 조만간 시행령이 나올 것이다. 여러 지원책이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조금 더 대안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이 학교 안에서 가꾸어 나가고 싶다.

또 한 편으로는 방황하는 영시니어(young senior) 세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386세대가 작년부터 퇴직을 시작했다. 이 세대는 스스로를 노인으로 칭하지 않으며 사회활동에 대한 왕성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노인을 더 이상 복지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시대인 것이다. 청소년과 영시니어 세대를 연결하고, 이 분들을 위한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신구세대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정서가 아직 많이 어색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교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보고 싶다.

 

2015년 잠시 감소했던 학업중단율은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작년엔 고교생의 1.69%(2만 3,000여명)가 학교를 그만둬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나와야만 했던, 나올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곁에서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임석환 신부는 말합니다.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 더 나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 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