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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과거에도 학원 폭력은 있었다

글 : 정재우(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26번째 편지 

과거에도 학원 폭력은 있었다

 

: 정재우(참사람 독자)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 1990년 후반 지금처럼 급식이 없었다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도시락 2개를 싸주셨다하나는 점심이었고 하나는 저녁이었다사람은 누구나 육체적으로 똑같지 않고 강자와 약자가 있기 마련이었다우리 반에도 강자는 있었다학교에서도 싸움으로는 1~2등 하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꼭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았다.

 

집이 가난하거나 부족한 것도 없는데 매일 빈손으로 학교에 왔고 점심시간이면 도시락통 뚜껑을 하나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 밥과 반찬을 빼앗아 먹었다평상시 같으면 참고 넘겼는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화가 났다내 도시락으로 날아오는 숟가락을 잡아서 바닥에 던졌다그 친구도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잠깐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나의 숟가락과 도시락도 바닥에 던졌다그리고 그의 주먹은 나의 온몸에 날아 들어왔다.

 

그날 이후 나는 속된 말로 왕따가 되었다그 친구는 지우개를 작게 잘라 수업 시간에 나의 머리에 던지기도 하였고 다른 친구들과 말도 못하게 했다도시락도 그날 이후는 혼자 먹었다한 명이라면 어떻게 참고 견딜 수 있었는데 조금씩 다른 친구들도 나를 괴롭히게 시작했다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담임 선생님도 내가 왕따였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선생님은 나를 교무실로 불렸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눈물이 나왔다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선생님은 당장에 해결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 강제적으로 해결한다면 분명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선생님에게도 조금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그 다음 날 선생님도 도시락을 가지고 오셨다우리들과 함께 식사하고 점심시간에도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하신다고 하셨다각자 자리에 않아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당연히 그 친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도시락이 없는 그 친구에게 선생님은 도시락을 반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선생님은 1주일 동안 합숙을 한다고 한다즐거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나처럼 학교가 싫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웠다선생님은 우리에게 조를 발표했다조에는 아빠엄마아이 3명으로 하여 5명을 한 조로 하고 가족이라고 불렀다당연히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히던 친구들이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이렇게 합숙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모든 것을 준비했다오전과 오후에는 명문대 출신인 지인들을 초청하여 과목별 핵심수업을 진행하였고 점심에는 인근 식당에서 밥을 주문해서 푸짐한 점심을 주었다저녁 식사는 아빠와 엄마를 주축으로 하여 선생님이 미리 장만한 재료로 조별로 밥을 하였다첫날은 3층 밥에 김치볶음과 햄구이도 반 이상은 타서 실패하였지만분위기는 좋았다식사가 끝난 저녁에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둘째 날도 수업을 듣고 식사를 준비했다소시지구이도 했고 콩나물도 무쳐보았다성공한 요리는 아니었지만첫날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선생님은 간식을 준비했고 제기차기를 통해 합산한 수만큼 과자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그날은 내가 영웅이 되었다보통 친구들은 10개 정도밖에 제기를 차지 못했지만 나는 50개 이상을 차고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은 과자를 상품으로 받았다.

그 뒷날은 상식 퀴즈를 했는데 나와 같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친구가 1등을 하며 영웅으로 대우를 받았다그렇게 7일을 친구들과 밥을 같이하고 먹고 한이불 속에서 자면서 정말 가족이 되었다마지막 날 모닥불 앞에서 학교생활과 꿈을 이야기할 때는 같이 울고 웃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였다.

 

여름방학 이후 우리 반에서는 학원 폭력은 사라졌고 가족이 되었다서로를 이해하고 돕기 시작했다결과는 놀라웠다우리 반 전원이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하였다졸업식 날 선생님과 우리는 약속했다. 10년 후 다시 학교에 모이기로 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우리 반 48명 중 47명이 학교에 모였다미국에서 유학 하고 있는 친구도 왔고늦깎이로 군 복무를 하는 친구도 어렵게 휴가를 받아서 왔다. 1명은 너무 먼 곳으로 먼저 떠나 참여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 친구도 분명 참석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친구의 자리도 비워두었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의 위대함을 느꼈다선생님은 우리들의 교우관계를 고려하여 가족도 구성하고 2달 치 월급으로 행사를 준비한 것도 알았다간식 쟁탈전도 미리 약자들의 특기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알았다그리고 저녁을 우리가 직접 만들게 한 것도 맞벌이로 도시락 준비가 어려운 친구에게 혼자서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는 연습의 기회를 주신 거였다.

 

그리고 보면 여름캠프 이후 도시락을 안 가져오는 친구가 없었고 숟가락만 가지고 다니던 상호도 햄을 가득 구워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참치김치볶음을 김치 통에 가득 만들어 오기도 했다.

 

김종철 선생님이 보여 주신 진심과 배려는 우울하고 미치도록 가기 싫은 학교를 행복한 집으로 만들어 주었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함께하는 가족을 만들어 주었다참사람그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바로 우리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심으로 함께하는 분들이 바로 참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