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E-BOOK으로 보기
  • 홈페이지로 보기
ebook보기
??? ????

내가 만난 참사람

놀라운 탁구실력을 가진 장애인 아저씨의 비밀

글 : 권우혁(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30번째 편지 

착한 세상을 바라며

 

: 권우혁(참사람 독자)

 

 

‘착하고 바르게 커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착하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너무 착하면 당하기만 한다는데 과연 착하게만 산다는 게 옳은 일일까? 나는 오랜 시간 이런 물음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로, 인천의 한 장애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무릇 봉사활동이란 선의의 마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나는 필수교양수업을 이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장애인 회원들과 탁구를 치고, 떨어진 공을 주워주는 것이었다. 탁구 관련 봉사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장애인을 돌보거나 청소보다는 스포츠 활동이 내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느 날이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있지만, 자신감이 가득해 보이는 아저씨 회원 한 분이 내 맞은편에 섰다. 나는 어릴 적부터 탁구를 배웠기에 ‘몸도 불편한 분인데 내가 쉽게 이기겠지’ 라는 마음으로 탁구 채를 잡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나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계속 도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렇게 봉사활동 시간이 끝나고 아저씨의 실력에 감탄하며 탁구장을 정리하는데, 아저씨가 나를 도와 탁구장을 정리하시는 게 아닌가? 다리가 불편한 분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진 나는 괜찮다고 사양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저도 여기 자원봉사자예요’였다. 

 

그렇게 끝까지 테이블을 정리하고 복지센터를 나서는 아저씨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몸이 불편한데도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저씨와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매주 아저씨를 뵐 때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그에 대해 알아갔다. 놀라운 탁구실력에는 그럴 만한 비밀이 있었다. 전국 장애인 탁구대회의 입상자 출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굳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내가 몸이 불편하지만 몸이 멀쩡한 사람들보다 탁구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다른 장애인들이 큰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장애인인 내가 앞장서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나는 아저씨의 대답이 너무 놀라웠다. 나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던 아저씨의 탁구실력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저씨와 소통을 나누며 착하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 그것이 바로 착하게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였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저씨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오늘 날까지 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저씨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몸이 불편하다고 장애인을 무시했었던 내가 아저씨를 보며 달라진 것처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열린 관점으로 누군가를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