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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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배움을 놓친 이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준 참사람, 김동영 울산 시민학교 교장

김동영(울산시민학교 교장)

 

 

김동영 교장은 40여 년간 문해교육의 산 증인이자 평생교육 운동가로서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1970년대 부산문성재건학교, 80년대 울산서린학교, 90년대 울산시민학교, 2000년대 울산자유중·고등학교 등을 통하여 성인 비문해자, 다문화 이주가정, 위탁 청소년과 같은 취약 계층의 학습자들을 직접 가르치고 돌보았습니다. 김동영 교장은 울산시와 울산 중구 문해교육 조례 제정의 기초를 제공하였고, 전국야학협의회장으로 야학 법인화에 앞장서는 등 거버넌스를 통한 문해교육 입법화와 조직화에도 힘썼습니다. 현재는 울산평생교육연합회장으로 지역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그를 만나 참사람의 가치를 들어보았습니다.

 

 

대기업 직원이 야학교장이 되기까지 

문해교육과 평생을 함께 한 김동영 교장의 스토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나가던 대기업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부산으로 군복무를 하러갔다가 야학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봉사활동이나 해보자고 시작했지만 후에는 교장까지 맡게 되었다. 가난한 근로청소년을 위한 야간 학교는 재정이나 인력 면에서 늘 열악했다. 그래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까만 눈망울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이후 울산으로 옮겨 위한 울산서린학교를 열었다. 어려움은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월세가 밀려 이사다니기만 세 번, 다행히 2003년부터는 지금의 터에 자리 잡고 있다. 300여 명의 저학력, 비문해(非文解) 학습자가 꿈을 피워가는 울산시민학교는 오늘도 열공 중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평생교육

코로나19는 평생교육 학습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배우는 것에 익숙했던 이들이, 갑작스럽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학습으로 전환하는 일은 어렵고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어르신들은 아직 스마트폰 활용이 어렵습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습자들은 어느 정도 활용방법을 터득하셨는데,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과정 학습자들은 여전히 디지털 도구가 어렵습니다.” 

 

김동영 교장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학습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성공적인 평생교육의 키포인트라고 했다. 그리고 이 학습사회의 구축을 위해서 정보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기술혁신이 두드러지는 사회에서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반복적인 접근과 적응 과정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비대면을 요구하는 새로운 질병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지요. 지금과 그때를 위해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정보 능력과 문해 능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비문해(非文解) 인구 311만명,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교육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 인구가 약 311만 명이라고 한다. 전체인구의 7%,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김동영 교장은 이러한 비문해 잠재적 학습자들을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울산광역시 비문해 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프로젝트인만큼 민-관-학이 함께 협력할 예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학습자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부끄러워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학습을 포기하는 어르신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역별 동사무소에 창구를 만들고 신청자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울산광역시에서 시범적으로 선을 보여 좋은 사례로 정착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평생교육 현장에서 함께 한 48년, 가장 뜻 깊었던 순간

김동영 교장은 무려 48년 간 평생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며, 마흔 여덟 번의 졸업식과 검정고시를 거쳤다. 그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보람 깊었던 순간으로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제도와 지원을 확보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전국야학협의회가 없어지고  생기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교육부와 기나 긴 협의를 거쳐 처음으로 전국 야학마다 5백만 원의 지원금 줄 수 있었지요. 2007년에는 문해교육 교과서를 정부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를 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평생교육을 통한 학력인정제도를 신설하는 과정도 무척 뜻 깊었던 경험이었지요.”

 

평생교육의 불모지와 같았던 울산 지역에서 그 가치를 펼치는 일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김동영 교장은 꾸준히 기반을 다녀나갔고, 그의 노력에 감화된 이들이 하나 둘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꺾지 않으면 변화가 찾아온다고 했다.

 

 

4차 산업 시대의 평생교육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가 널리 퍼지면서, 비문해 인구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다양한 영역으로 비문해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김동영 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험해보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다 같이 극장에서 가서 직접 표를 예매해보거나, 팝콘과 콜라를 구입해보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어요. 연세가 많은 학습자들이 손자와 함께 식당에 가서 ‘뭘 먹고 싶니?’ 하며 멋지게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것. 그런 경험이 학습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설레고 행복한 일이거든요. 그런 성공 경험이 다시 학습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4차 산업 시대에서도 최소한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평생교육의 지향해야할 목표일 것입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그의 포부 

그는 교육 소외 계층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시스템 미비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가 안타깝다고 전해왔다.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그는 지금 학습 계좌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꿈꾸고 있다. 학습계좌제란 다양한 학습경험을 개인별 학습계좌에 누적·관리하고, 그 결과를 학력·자격 등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이다.

 

“학습 계좌제가 현재는 국어, 영어, 수학을 제외한 과목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영수가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과목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학습자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검정고시학원 등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개선을 위해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김동영 교장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곧 인권이며, 국가의 의무라고 이야기한다. 48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비문해 학습자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돕고, 평생교육 제도를 정비하는데 앞장 서 온 그.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그의 만들어갈 ‘비문해 제로’ 대한민국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