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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에세이 94번째 편지 

건강한 자원봉사

글 : 강신희(참사람 독자)

마을에서 만난 한 아저씨의 이야기입니다.

2년 전 12월 새벽 6시였어요. 저는 토요일마다 새벽 걷기운동을 해요. 토요일 아침이면 운동하기 위해 북한산 향해 도로를 걷는데 어떤 남자가 도로를 쓸고 있었어요. 그는 환경미화원의 옷이 아닌 평범한 옷차림이었어요. 새벽이라 확실히 보이지 않아 다가가 그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청소하고 계신 데 환경미화원 이세요?”

“아뇨, 저는 청소부가 아니고 근처 빌라에 사는 주민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 삼아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합니다.”라고 답했어요.

2018년 도로 확장공사로 강북구 수유 1동의 ‘무네미’ 도로는 폭이 12미터로 넓어 졌어요. 그런데 새롭게 단장한 곳에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어 지저분했어요. 그는 이곳을 지나며 누군가 청소를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결심했어요. 그가 지난 2년 동안 한결같이 새벽에 나가 길을 청소해 거리가 항상 깨끗해요. 일용직 어르신들이 청소하러 나오면 쓰레기가 없어 봉투만 들고 다닐 정도입니다.

저의 집은 ‘무네미’ 마을버스 다니는 도로변 4층 건물입니다. 새벽에 싹싹 소리가 나서 보면 그가 길을 쓸고 있어요. 그의 성실함과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자원봉사를 해요. 게다가 자비로 청소도구를 사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가 청소하기 전에는 공사장 주변에 쓰레기더미가 수북하게 있었어요. 그가 청소를 시작한 이후로 길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새벽에 사람들이 없을 때 청소를 하여 주민들은 당연히 용역에서 나와 청소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수유1동 주민센터 청소과를 찾아 그의 이야기를 하고 청소도구를 얻을 수 있도록 제안했어요. 청소담당자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에게 청소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는 여름에는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청소를 하고, 추운 겨울은 6시부터 8시까지, 정확히 두 시간씩 청소해요.

어느 날 길에서 그를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아저씨, 새벽에 청소는 왜 하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운동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젊어서는 사업하며 돈을 벌어보았고, 실패도 했어요. 우리 부부는 남매를 키우며 우여곡절이 있었지요. 이제는 집도 있고, 자식들을 결혼시켰으니 부모의 임무를 다 마쳤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사업한다고 아내에게 고생을 꽤 시켰지요. 아내는 결혼 초부터 가난한 신혼생활로 고생을 했어요. 넉넉하진 못해도 두 아이 키우면서 행복하게 지냈어요. 앞으로 여행이나 다니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자고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몸이 아프다고 해 병원을 찾았는데,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의사는 조용히 그를 불러 “좀 더 일찍 왔으면 생명은 건질 수 있었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집으로 모시고 가셔서 원하는 대로 다 해 드리세요.”라고 했어요. 청천벽력,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경을 느꼈어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동안 부부가 힘들게 살면서 노년에 알콩달콩 제2의 인생을 살자고 약속했는데 이게 웬 날 벼락이란 말인가.”

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아이들이 자랄 때 형편이 넉넉하진 못해도 대학공부 마치고, 직장도 자식들이 알아서 들어갔어요. 아내는 얼마 동안 암으로 병상에서 고생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아들과 딸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짝꿍을 만나 각자 출가를 했어요. 저는 혼자 큰 집에 덩그러니 있으니 죽은 아내 생각이 더욱 나더군요. 그래서 작은 집으로 옮겨서 살고 싶었어요. 그간 정답게 아이들 키우면서 살던 집을 팔아 남매에게 적은 액수지만 미리 재산을 나눠 줬지요.”

“저는 남은 노후를 어떻게 지낼지 고민했어요. 홀로 있으면 외롭고 고독해서 우울해져요. 어느 날 자주 지나는 길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재작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는 이 일에 큰 보람을 느꼈고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동네를 청소해 길을 깨끗하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우리 마을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주민들에는 복입니다. 자기 집 앞도 쓸기 싫어하는 현실입니다. 그는 청소하는 순간은 외롭고, 우울하던 것이 다 사라지고 이웃들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해요. 그의 선행처럼 자원봉사는 ’외로움, 우울함‘은 사라지고 몸도 건강해진대요. 자원봉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가 매일 2시간씩 깨끗하게 하여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는 ‘건강한 자원봉사자’로 마을 지킴이, 새벽을 깨우는 착한 아저씨, 그리고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지역의 ‘큰 일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