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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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저에게는 우주입니다

신규진 (경성고등학교 상담교사)

 

 

훈계 대신 경청하는 선생님, 경성고등학교 신규진 교사

 

 

 

점심시간이 조금 지날 무렵, 재단 사무국으로 약간은 낯선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참사람 인터뷰 두 번째 주자인 신규진 교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첫 대면인데도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신 교사는 2012년 교과부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교사상을 수상할 만큼 과학교사의 모범상(像)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지금 상담교육에 대한 책을 쓰고 학생들의 고민을 가장 잘 들어주는 상담교사로 명성이 높다. 과학교사에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상담교사가 되기까지, 무수한 교육적 고민이 녹아있는 삼십 년 그의 교사 인생이 궁금해졌다.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마주한 자리, 대뜸 반가운 인사가 터져나왔다.

 

"반갑습니다. 신규진 선생님! 

신규진 선생님을 만나기 전 선생님이 쓰신 책들을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상담」이라는 책이 가장 와 닿았어요.

직접 아이들과 함께한 성장의 기록들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현재 경성고등학교에서 과학교사이자 상담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인생 고민을 상담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정서불안, 학교 부적응, 일탈행동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방황은 자기 존중감의 손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죠. ‘자기 존중감을 살리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Q : 그렇다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을 그 자체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경해야 해요. 인종이나 신분, 성별과 연령, 외모나 능력, 재산이나 지위 등등의 그 어떤 기준으로도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존경하는 것이지요. 참 스승도 마찬가지에요. 학생들을 대함에 있어서 그 어떠한 평가 기준도 두지 않고 모든 학생을 하나처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신규진에게 참 사람이란 존경, 존중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존중의 마음을 보여주었던 일화가 궁금해요.

언젠가 시험 감독을 할 때였어요. 시험이 끝나는 종이 쳐서 학생들의 답안지를 걷던 중에 한 학생이 큰 소리로 “아 XX.” 이러는 거예요. 나는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도 깜짝 놀랐죠. 순간 화가 나긴 했지만 OMR답안지에 옮겨 적지 못한 것이 있으면 마저 작성하라고 했어요. 잠시 후 그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머리를 긁적이면서요.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아까는 급한 마음에 욕설이 튀어나온 것 같더구나. 그래 나는 네 욕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감탄사로 이해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봤어요. 그 학생은 고개를 숙이면서 자기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학생은 분명 자기가 한 언행에 대해서 깊이 반성했을 겁니다. 

 

▲ 올해 스승의 날에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 신규진 교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Q : 과학교사로 재직하시면서 상담 활동을 병행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십 년 정도 평범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지금 뭘 가르치고 있는 걸까? 교육이란 뭘까? 하는 고민으로 한 동안 방황 아닌 방황을 했죠. 그때까지는 그냥 아이들이 시험 잘 보는 거, 좋은 대학 가는 거, 이런 것들만 생각했었거든요. 배움에 대한 배고픔도 점점 켜졌고요. 그래서 교육 철학을 배우려고 대학원에 갔는데 마침 상담심리 전공이 개설되어 있어서 그길로 지원을 했죠.   

 

Q : 어떻게 보면 제 2의 교사생활을 하시고 계시네요. 상담 장면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만나시나요?

상담자의 기본적인 태도가 경청이에요. 경청하고 그 다음에 적극적으로 내담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상담실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산다는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질구레한 걸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애들이 개나리꽃이 좋아서 한강에 산책 좀 갔기로서니 그걸 가지고 뭘 야단을 칠 게 있겠어요? 저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가치관을 지닌 한 개의 우주라고 생각해요. 학생 한 명 한 명을 볼 때마다 하나의 우주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벅차고 존경스러워요. 

 

 

 

Q : 학생들을 존중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마음을 쉽게 터놓지 않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 아이들과는 어떻게 상담을 이어가시나요?

저는 가벼운 얘기로 상담을 시작합니다. 학생의 잘못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아요. 예를 들어 교칙위반 등으로 호출 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섣불리 가르치려 하거나 훈계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구요. 때로는 속상할 테니 그냥 편히 앉아 있다가 가라고도 해요. 대개는 본인들이 그때그때 원하는 말들이 있어요. 저는 그 아이가 뭘 바라고 있는지 눈을 보며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쉬고 싶은지, 억울한 게 있는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요. 공감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 앞으로 학교상담이 활성화 되려면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상담실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수시로 학생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에 상담실을 만들어서 접근성을 높였고요. 안에는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작지만 도서실도 있어요. 거기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화도 있고요. 학교상담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 마지막으로 점점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사회 속에서 맺어진 갑과 을이라는 지위를 벗어던지고 사람을 존경해 보세요. 특히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된다면 더욱이요. 자연에 대해 감사하고 감격하듯이 말이죠. 길을 걷다가 만난 낯선 사람도 존경해 보세요. 누군가를 존경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그 사람을 존경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타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이지요. 그 존경으로 인해 관계가 돈독해지고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실 겁니다.

 

 

 

 

 

글 : 교보교육재단

사진제공 : 신규진 교사 / 교보교육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