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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발달장애인을 위한 꿈의 직장을 가꾸는, 소셜벤쳐 <동구밭> 노순호 대표

노순호(동구밭 대표)

우리나라는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수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에게 취업이란 높고도 험난한 과정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지금, 직원의 절반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특별한 기업이 있습니다. 텃밭 관리에서 시작해 친환경 수제비누를 생산하며 안정적인 장애인 고용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동구밭’ 노순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발달장애인분들의 꿈의 직장. ‘동구밭’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특별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저 제 개인적 신념으로 대학생 시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했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내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지극히 개인적 차원이었어요.

 

대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사회적 가치가 담긴 프로젝트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영역이 바로 ‘농사’에요. 우리 세대에는 농사가 낯설고 신선한 존재잖아요. 여가와 치유 개념을 담은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거기서 발달장애인분들을 만나게 됐죠. 장애인을 둔 부모님들과도 소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처한 현실을 알게 됐어요. 약간의 결은 다르지만 20대 초반 청년들도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잖아요. 마찬가지로 발달장애 청년들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청년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살펴보면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분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쳐서 도시 농업인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농사 프로젝트가 되었어요.

 

 

Q. ‘동구밭’하면 천연수제비누가 떠오르는 데 그 시작점에 ‘농사’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사실 농사 프로젝트는 결과만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채로 끝났어요.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죠. 첫 번째로 느낀 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생각이 꼭 일치하지는 않더라는 거예요.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에 농사를 지어서 농부가 되겠다는 목표나 사명을 갖고 온 발달장애인은 없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 성공할 수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프로젝트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건 확신해요. 프로젝트를 마치고, 농사에는 관심이 없는데 왜 단 한명의 이탈자도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분들에게는 비장애인을 친구로 둔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더라고요. 장애, 비장애를 떠나 친구가 되는 경험이 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이었죠. 이런 인사이트가 있었기에 동구밭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동구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발달장애인분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건 상 모든 분들을 채용할 수 없으니 고민이 크시겠어요.

맞아요. 처음엔 발달장애인분들을 전부 다 고용할거라는 원대한 꿈을 가졌었어요. 그때는 저랑 인연이 닿고 손을 내밀어줘야 할 것 같은 분들을 다 잡아줘야 된다고 생각했죠. 제가 정말 열심히 하면 가능할 줄 알았거든요.

막상 현실과 맞닥뜨려 보니 비누를 만드는 제조업 특성 상 일을 일정 수준 이상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은 현장에 계신 작업자 분들이 떠안게 되니까요.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결코 이상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여러 부분을 판단한 뒤 동구밭의 인재상에 맞는 분들을 채용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잖아요. 높은 월급,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자리겠어요? 이 논리는 발달장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요. 장애인이라고 원하는 게 다를 게 없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발달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란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저희 회사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분들이 해고 걱정 없이 꾸준히 일을 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Q. 그렇다면 현재 동구밭에는 몇 분 정도 일하고 계신가요?

지금 총 사원이 80명 정도인데 저희는 발달장애인 사원을 전체 사원의 50% 넘도록 유지하려 해요. 약 40여명 정도의 발달장애인분들이 저희랑 함께 하고 계십니다. 현장에서 제조일을 담당하고 계신데 이분들이 좀 더 원활히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 자체를 마이크로하게 주는 편이에요. 명확하게 업무를 분장하는 거죠. 처음에는 저희도 경험이 없어서 어려웠지만 이제는 점차 매뉴얼화 되고 체계화되어가고 있어요.

 

 

Q. ‘동구밭’이 본격적인 사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수제비누사업과 *아쿠아포닉 스마트 농업 사이에서 방향을 고민하셨다고 들었어요.

*아쿠아포닉 : 수산양식(Aquaculture)와 수경재배(Hydroponic)의 합성어로, 어류 양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을 식물 재배에 활용하는 용법을 뜻함.

 

맞아요. 한번 어떤 시장으로 뛰어들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었죠.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4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었습니다. 첫째, 발달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취업시킬 수 있는가? 둘째, 당장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인가? 셋째, 해당 제품의 유통기한이 긴가? 넷째, 우리가 시장에서 1등할 가능성이 있는 가?

이 중에서 1등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어요. 그런 면에서 아쿠아포닉스와 천연비누사업을 두고 고민했었죠. 아쿠아포닉스는 유통기간이 짧았고 무엇보다 우리 힘으로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비누사업을 선택하게 됐죠.

 

 

Q. 천연수제비누 시장에서 동구밭이 1등할 가능성은 어디서 발견하셨나요?

우선 시장조사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형 화장품 회사를 분석했어요. 그들이 하지 않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 찾았죠. 그리고 기존에 장애인들이 비누를 제조하는 일들이 많이 했던 것도 참고했고요. 막상 천연수제비누 사업을 결정하고보니 주변에서 걱정,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젊은애들이 생각 한 게 그거냐? 10년 전에 해서 잘 안됐던 걸 왜 다시 하냐?’는 식이었죠.

저는 기존의 장애인 천연비누사업이 망한 이유가 원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품 브랜딩, 영업 부분도 취약했고요.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시장 경쟁력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대형 화장품 회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 회사를 고객사로 해서 제품을 납품하는 방법을 택했죠. 이렇게 하면 고정 매출이 나오게 되고 안정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시장을 좀 더 파고 들어가보니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누 제조사들이 모두 영세하더라고요. 거기서 우리가 충분히 열심히 하면 1등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죠. 사실 천연비누시장이 그렇게 매력적인 영역은 아니에요.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요. 이렇게 우리의 경쟁사가 어디고,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비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어요.

 

 

 

 

Q. 천연비누부터 고체삼푸, 고체세제까지, 동구밭의 성장 과정을 보면 점점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대표님 바람대로 더 많은 장애인분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으셨을 거고요. 이쯤 되니 동구밭에서 일하시는 장애인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긍정적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시나요?

물론이죠. 동구밭에서 일하면서 사회성이 높아진 케이스가 굉장히 많아요. 장애인 직원 가족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더 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요. 사람을 대하는 에티켓도 증가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에요. 사실 이건 장애인에게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긴 해요.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 그것 자체가 개인의 자존감에 굉장히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말해 무얼 하겠어요. 평생을 ‘하지마!’란 얘기만 듣다가 직장에서는 ‘하지마’란 말 대신 다른 직장인과 똑같이 대우를 받으니 그분들에게 얼마나 감동이었겠어요.

 

 

Q. 사회인으로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동구밭처럼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대표님께서는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 실태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 제도는 잘 되어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의무고용제도도 시행되고 있고 연계 고용제도도 정착되어 있고요. 다만 아쉬운 것은 제도적인 것 보다 국가 기관부터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거예요. 공공기관은 장애인 고용을 안 한 부담금을 세금으로 내고 있어요. 물론 이 세금이 다시 장애인을 위해 쓰이고 있지만 제도의 목표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거니까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도 함께 해야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 듯이, 장애인 고용권도 서로 사고 파는 제도도 시범적으로 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기업에 자꾸 제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고용 창출이 민간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 개념이 좀 더 확산되길 바랍니다.

 

 

Q. 결국 장애인 고용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공, 민간 영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그리고 계신 동구밭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니 사업적으로 경쟁해서 버텨내야 되는 순간이 참 많이 찾아와요. 그러다보면 가끔 원래 목적을 잊고 살 때도 생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잃지 말자. 저는 이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외국에서도 우리 동구밭이 부러워서 대한민국으로 이민 오고 싶다는 장애인분들이 생길만큼 멋진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고객 분들이 보시기에 우리 회사가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지만, 만약에 우리 회사가 망한다면 그 이유는 더 이상 비누를 못 만들거나 품질이 떨어져서가 아닐거에요. 발달장애인 문제를 더 고민하지 않을 때, 그때가 저는 동구밭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열심히 해서 동구밭이 발달장애인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이 어디서든 마음껏 능력을 펼치며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는 노순호 대표. 꿈이 단순히 꿈에만 머물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변화를 일구어나가는 그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참사람입니다. 사회적 기업가로서,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친구로서 노순호 대표와 동구밭이 함께 만들어갈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저희도 함께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