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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함께 살아가는 방법

글 : 서수민(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21번째 편지 

함께 살아가는 방법

 

: 서수민(참사람 독자)

 

 

 

 

언제나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는 사랑할 대상이 너무 많아서 무언가를 증오하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의 여유 공간은 좁아지고 사랑이 있어야 할 공간에는 의심이 불어나 버렸다. 그런 힘겨운 시기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도 덩달아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엄마도 지쳐있는 때가 많았다. 힘이 들 때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잘 실천되지 않는다. 그러나 옆에서 바라본 엄마는 그 누구보다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다. 인간부터 자연까지 그녀는 모든 대상을 진솔하게 돌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엄마의 순수한 도움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추운 겨울날 동네의 강아지들이 떠돌던 모습을 엄마는 가만 볼 수가 없었다. 강아지를 한 마리씩 데리고 따뜻한 이불로 폭 감싸주면 조금이나마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이따금 동네 아주머니들이 사라진 강아지를 찾기 위해 발걸음 하기도 했지만, 엄마는 등굣길에도 길가의 강아지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며 학교에 갔다고 한다.

 

귀여운 강아지뿐만 아니라, 모두가 꺼리는 동물도 보살피곤 했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역할을 했던 과거의 영광 이후로 현재는 유해 동물이 된 지 오래다. 아이들은 비둘기를 괴롭히고 어른들은 피하기 일쑤다. 하지만 다쳐서 옴짝달싹 움직이지 못하는 비둘기를 다들 그냥 지나친 건 아마도 각자 갈 길이 바빠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어느 날 밤 우리 모녀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다친 비둘기를 발견했다. 날개에 큰 상처를 입은 비둘기는 도저히 다시 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비둘기를 집으로 데려와 연고를 발라주며 밤새도록 돌봤다.

 

그렇게 비둘기가 베란다에서 다시 비행할 수 있을 때까지 1년 반이 걸렸다. 그 세월 동안 엄마는 매일 빠짐없이 비둘기의 상태를 점검하고 먹여 살렸다. 나중에 완전히 상처를 회복하고 멀리 날아갈 수 있을 때 분명히 비둘기는 아파트 공중을 세 번 회전하고 떠났다. 그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비둘기는 아마도 엄마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힘찬 날갯짓으로 얘기하고자 했던 것 같다.

 

엄마의 포용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엄마를 본받고 싶은 건 그녀의 선한 영향력을 믿기 때문이다. 명절에 기차를 타러 갔다가 담벼락에 기대있는 노숙인에게 마스크를 세 장 준 일부터 주차장 공터에 무차별적으로 뽑힌 분꽃을 다시 심어서 이듬해 여름에 활짝 피운 일까지 다양하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 누군가는 엄마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다른 대상을 도울 용기를 얻는다. 추운 겨울밤, 한 아저씨는 동네를 떠도는 노숙인을 건물 위에서 항상 지켜만 보다가 엄마가 국수를 사드리는 행동을 우연히 보고 나서 도울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렇듯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닌,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실천하는 일들. 작은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져 더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그런 일을 나도 습관처럼 하고 싶다.

 

가끔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되어 가고 점차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사치처럼 다가온다. 나와 더불어 다양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가는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살다 보면 이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더군다나 요즘 불가피하게 사회적 거리를 멀리 두기 때문에 심리적인 거리마저 멀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누군가를 돕는 건 더욱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는 엄마가 퍼뜨린 선한 영향을 떠올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되새긴다. 그리고 오늘도 난 지하철에서 길을 헤매는 아주머니를 돕는 일부터 차근차근 그 방법을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