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E-BOOK으로 보기
  • 홈페이지로 보기
ebook보기
??? ????

내가 만난 참사람

공짜 수선집

글 : 이지은(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23번째 편지 

공짜 수선집

 

: 이지은(참사람 독자)

 

 

 

가난한 어미에겐 아이의 성장조차 두려울 때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아이. 남들처럼 값비싼 학원은 보내주지 못할지언정 먹성. 입성은 챙겨줘야 할 텐데 그마저 벅찰 때엔 눈물만 핑그르르 흐르곤 한다.

 

이사를 하고 단출한 살림살이를 정리하였다. 그나마 몇 벌 채 되지 않는 아이의 옷을 하나하나 입혀 보니 맞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다. 복숭아뼈가 드러날 만큼, 어깨가 꽉 낄 만큼 작아진 옷을 쌓아 두는데 나도 몰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로 실직까지 한 처지에 아이의 옷은 어찌 사준단 말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 뒤 오며 가며 봐 둔 수선집에 아이의 옷가지를 들고 방문했다.

"저기…….저기요……."

이상하게 말문이 떨어지지 않아 우물쭈물 하는데

"아이 옷이군요. 어디를 어떻게 고쳐 드릴까요?"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먼저 청바지를 받아 주시던 사장님. 바지 단을 좀 내리고 싶다는 나의 말에 사장님은 청바지를 꼼꼼하게 보시더니.

 

"아기 엄마! 벌써 단을 한번 내린 옷이라 더 이상은 내리지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여름에 입을 수 있게 반바지를 만들어 드리면 어떨까요? “

단돈 삼천 원에 반바지 하나 생기는 게 어디냐 싶은 마음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음 이건 내일까지 해 드릴게요. 그리고 저쪽 보면 아이들 옷 모아서 깨끗이 세탁해 놓은 것이 있는데 아이 사이즈에 맞는 걸로 한번 찾아보자고요."

수선집에서 헌 옷도 파나 보다 싶어서 사장님과 차근히 아이에게 맞을 법한 옷을 골랐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새 옷과 진배없는 옷을 두어 벌 챙기고 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조심스레 얼마를 드리면 되느냐고 여쭙는 내게 사장님은

"여기는 옷가게가 아니고 수선집이라……. 옷을 돈 받고 팔지는 않아요. 필요한 사람이 입는 게. 그냥 그게 좋아서 내가 챙겨 놓은 것이니 가져가기만 하면 돼요."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옷을 입혀 보았다. 혼자 된 엄마 아래서 일찍 철이 든 아들은 헌 옷도 새 옷 마냥 좋아해 주었다.

 

 

 

 

다음 날 아들의 바지를 찾으러 나서는 길.

감사한 마음에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부추전을 부쳤다. 뜨끈한 부추전 식을까 한걸음에 달려가니 때마침 사장님은 수선집의 한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식은 밥에 김치 두 가지. 우리 집과 다르지 않은 사장님의 식사에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부추전을 꺼내어 옆에 놓아드리니

"이거 너무 너무 맛있는데요. 아직 젊은 엄마가 음식 솜씨가 나보다 좋은데요."

 

서둘러 식사를 마치시고 반바지를 보여 주시던 사장님!

"가져온 면바지 하나도 두껍지 않은 것이라 반바지로 만들었어요. 남자아이라 너무 짧게 만들진 않았고요. 앞으로는 자주 들러 옷도 가져가고 해요. 다음번엔 아이랑 같이 와서 골라 가면 더 좋고요……."

수선집 사장님과의 인연이 벌써 1년여가 되어 간다.

사장님 덕분에 아이는 철마다 제 몸에 잘 맞는 멋진 옷들의 주인이 될 수 있었고 사장님의 따스한 마음에 나 또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아기 엄마처럼 혼자되어 세 아이를 키웠어요. 어렸을 때 꿈은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는데 먹고 살기 퍽퍽해서 남을 도와줄 여력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막내딸이 그러더라구. 엄마는 헌 옷을 새 옷처럼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 그것으로 남을 도우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수선만 해 주고 옷은 공짜로 주는 수선집이 된 거예요!"

 

사장님은 십수 년째 일주일에 두어 번은 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며 버려진 옷가지와 이불 등을 모아 오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길에 나도 간혹 동행이 되어 드렸다. 낡고 바래진 옷들도 사장님의 손길을 거치면 단번에 새 옷이 되고는 했다. 그리 그 옷들은 옷 한 벌 변변히 사 입기 힘든 이웃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코로나란 몹쓸 전염병이 잠잠해 지면 오랫동안 해 오셨던 노인정 패션쇼를 다시 여시겠다는 사장님!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근사한 사장님 표 옷을 입어보고 고르는 시간에 나는 곁에서 가장 자신 있는 해물파전을 부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노력과 정성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사장님!

오늘도 당신의 꿈을 이루고 계시는 사장님을 바라보며 참사람의 의미를 되새긴다.

꿈도 참사람도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작은 손길들이 모여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