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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배우고, 살아가는’ 교육의 힘

임성희(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장)

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교육 방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로컬에듀로 잘 알려진 전북 완주군은 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지역 인구 소멸 시대,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배우고, 살아가도록힘을 키워주는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의 임성희 센터장님을 만나, 교육통합 모델과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센터장님,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우수 사례로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가 꼽히곤 하는데요, 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완주군교육통합센터는 지자체와 교육청을 연결하는 민간 중심의 교육 전담 중간지원조직이에요. 완주 지역의 교육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지역사회+학교+교육청이 연계하고 협력하여 교육통합 모델을 개발, 실천하고 있지요.

 

센터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는 학부모매개자’, 쉽게 말해 학부모 교사입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라고 말하지만,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수업하는 교수자로서의 위치는 없었어요. 학부모는 기존과 같이 학생의 보호자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센터는 학무모를 교사로 세웠습니다. 이유는 농산어촌지역은 교사의 이동이 잦은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 문제에 장기간 꾸준히 대응하기 어려워요. 반면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부모는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고, 그리고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죠.

 

센터는 학부모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전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을 일차적으로 파악해요. 또한, 가정지지체계, 또래지지체계, 교사지지체계, 일상의 무기력 정도 등을 종합적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 매개자는 센터에서 정리한 학생자료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둠구성, 모둠별 과제, 타자 인터뷰, 공감시사회(모둠별 결과 공유), 사후인터뷰 등 논의와 협의, 조정을 반복하면서 1년간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과 울고 웃는 시간을 거치며 학부모들은 매개자 되어가기의 단계를 밟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이 자기 되어가기의 과정을 통해 점차 성숙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Q: 2012년 전국에서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적 공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연구가 바탕이 되어 지금의 센터가 설립되기도 했고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희 아이와의 어려움 때문이었어요. 학교를 거부하고 교실에서 자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고, 게임에만 올인하는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학교 안에 우리 애 같은 아이가 참 많더라고요. 보면 일반적인 아이들인데 대화해보면 학교 부적응 상태이고,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도움받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들... 제 자식처럼 힘들어하는 이 아이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깊이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기(연구) 시작했어요. ‘S중학교교실붕괴 사례를 직접 참여관찰 하면서 아이를 살리는 수업에 대해 고민했지요. 연구를 하면서 1년간 약 8백여 명의 지역 분들(학부모와 학생을 포함)을 만났어요. 아이, 교사, 부모, 지역주민들을 붙잡고 그들이 원하는 교육, 느끼는 어려움을 상세하게 들었습니다. 당시 3개 학교를 모델링 하며 방과 후 가정방문도 부지기수로 했어요. 완주의 13개 읍, , 동 사람들을 만나며 듣고 본 데이터가 오늘날 센터의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센터명에도 교육통합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교육통합이라는 말이 쉬운 듯 어렵습니다.

 

. 맞습니다. 통합은 물리적 통합, 내용적 통합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 중 센터에서 생각하는 교육통합의 핵심은 공동대응입니다. 공동대응을 위한 교육통합에는 4가지 요소가 있어요. 첫째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프로젝트 과정, 둘째는 학부모 매개자, 셋째는 매개자가 만든 인위적 사건/사고(에포크 EPOCH), 넷째는 학부모동아리입니다. 방금 말한 4가지 요소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 결합하며 프로젝트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어요. 학교는 어려움이 발생할 때 센터로 연락을 해요. 그러면 센터에서 학부모매개자를 학교로 파견합니다. 파견된 학부모매개자는 아이들을 일대일 면담하면서 아이마다 프로파일을 만드는데요, 이 자료는 공동대응의 귀중한 토대가 됩니다. 이후 1년 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수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아이, 교사, 매개자 등 관련된 모두가 함께 문제해결에 힘을 쏟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학부모매개자 프로젝트 수업 중 어떤 아이가 학부모매개자에게 심하게 욕을 하고 괴롭혔는데요. 모둠 안에서 해당 아이와 이런저런 조율을 하고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자 매개자가 전체를 향해서 공정카드를 들었어요. 이 카드는 상황에 대해 전체가 함께 논의해보자고 하는 거예요. 참고로 공정카드를 들기까지 충분하게 아이와 말하고 조율해야 해요. 잘못하면 아이가 또래 집단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든요. 성장기에 또래 집단에서 열외 되거나, 특정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 같은 거더라고요.

 

공정카드가 제시된 상황 속에서 반 아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거쳤어요. 합의하는 과정이 아이에게도, 학부모매개자에게도 상처가 되면 안되니까요.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들은 뒤 어떤 부분에 오해가 있었는지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오해가 생기지 않게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나눴지요. 이 과정에서 아이, 교사, 학부모매개자 모두가 함께 의견을 모았어요. 그렇게 공동대응 하다 보니 아이도, 학부모매개자도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비슷한 사례가 센터에는 참 많아요.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해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수많은 단위들이 연계 협력하는 교육통합이 어쩌면 마을교육공동체의 토대이자 학교에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불확실한 미래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함을 배우는 것공동대응의 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센터 초창기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전교생이 28명 정도 되는 분교인데요, 1학년 아이와 5학년 아이 사이에 미끄럼틀 때문에 다툼이 일어났어요. 이 문제 때문에 전교 학급회의가 열리게 되어 만들어진 게 아지트 프로젝트예요. 논의 과정에 여유시간이 남아 1학년 학생이 이젤패드(대형포스트잇) 여백에 해파리를 그린 거예요. 4학년 형은 그리지 말라고 해놓고선 자기는 탱크를 그렸죠.

그래서 1학년 아이가 왜 해파리는 그리면 안 되고, 탱크는 그려도 되냐고 하다가 그걸로 또 다툼이 일어났어요. 이 다툼이 2주 넘게 갔던 것 같은데 서로 합의한 게 해파리도 탱크도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그려도 된다였어요. 제 교육사에서 가장 큰 배움을 준 때였죠. 그동안 저는 내 잣대로 상대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 순간이었어요. 솔직히 학교 부적응이었던 제 아이에게도 제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강요했지,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 아이가 없었던 것이죠.

 

해파리도, 탱크도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그려도 된다는 그 합의의 과정을 제 아이, 그리고 센터 사업에 적용하게 되면서 아이들과의 프로젝트가 조금은 수월해 졌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저의 기준을 없애고 아이들의 잣대로 보게 되면서 나에게 아이들이 있게 된거죠. 그때 부터인가 아이들이 저에게 꼰대가 아니라고 말해줬던 것 같아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참 기쁜 일이었어요.

 

 

Q: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의 사례를 배우고자 찾아오는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역이 살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센터장으로서 앞으로의 지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센터가 그리고 있는 지역 교육은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먹고 사는구조에요. 큰 틀에서 보면 지역순환구조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지금 시점에서는 고교학점제를 타깃 삼아서 이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완주에는 대학이 3개가 있는데요, 지역의 아이들이 지역 내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는 대학이 지역에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지역 일자리에 맞는 교육과정을 대학이 고민해 줘야 해요. 예컨대 대학 내에 단기 코스웍, 지역 일자리와 연계된 커리큘럼 등을 개설하는거죠.

 

고등학교 시기에 고교학점제를 활용해 관련 교과를 이수하면 좋겠어요. 지역 내 일자리와 연계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아이들이 남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특히 완주군 같은 경우 산업단지나, 교육유관기관, 기타 위수탁기관 등을 제대로 조사하고 연구해서 지역의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정책적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2012년에 저는 완주군의 제안으로 왔지만 미래의 교육통합지원센터는 지역의 아이들로 채워져야 맞는 것이죠. 이런 소소한 고민을 확장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교육의 중심에 교육통합의 역할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향후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의 비전과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교육통합지원센터 비전은 살아 숨 쉬는 교육, 서로를 살리는 교육의 장 만들어가기예요. 미션은 함께 사는 가치, 통합적 사고의 중심교육이고요. 살아 숨 쉬는 교육은 현장성, 서로를 살리는 교육은 협력성(같이)’을 의미합니다. 자기되기(민주시민)로부터 출발하여 공공의 장(민주시민사회)으로 확장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요. 센터의 비전인 함께 사는 가치현장성을 담보하기에 사람과 그의 살아온 삶을 들여다봐야 함께 살아갈 수 있지요. 통합적 사고 중심 교육은 어떤 사태와 현상에 대한 통합적 관찰과 이해를 갖고자 자신과 사회에 선언한 것이므로, ‘자신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알기가 전제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비전과 미션은 자기되기공동체사회즉 민주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역량을 갖게 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에요. 따라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자원순환구조에서 교육 영역의 역할도 모색하고 있어요. 특히 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터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돌아온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돌아올 아이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할 꼰머를 열심히 발굴 중에 있습니다.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와 관계 맺고 튼튼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하게 될까요? 지역 교육이 살아나고, 이를 통해 마을이 살고 결국 그 에너지가 다시 순환되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그러한 세상을 위해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센터의 다음 스텝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