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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청소년 삶에 별이 된 사람,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

김현수(성장학교 별 교장)

교육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현수 교장선생님은 치유적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을 설립, 20년 간 헌신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자발성과 협력의 프레네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과 교사들의 치유에 힘써온 봉천동 별지기, 김현수 교장선생님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 교보교육재단

 

Q : 반갑습니다. 교장선생님! 얼마 전 성장학교 별 20주년 후원의 밤을 잘 마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2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큰 별이 되어 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 성장학교 별 20주년 영상보기(클릭!) 

2002년 ‘교육-돌봄-치유-영성’의 선순환을 꿈꾸며 치유적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지났군요. 건물 3층 한 켠에서 시작한 학교가 어느덧 건물 다섯 층과 옥상 텃밭을 사용할만큼 커졌고, 지금 인터뷰 장소인 아자라마 카페도 열었고, 청년들을 위한 꿈의 작업장도 운영하고 있으니 참 열심히 지냈구나 싶습니다. 이 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함께 울고 웃은 추억이 생각나 많이 감사 드리고 새삼 감회가 새롭습니다. 


 

Q : 20주년 행사를 보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별학교 학생들이었어요. 학교를 향한 사랑과 진심이 담겨 있더라고요. 별처럼 빛나던 그분들의 성장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후원의 밤에서 축하연설을 한 전**은 성장학교 별 졸업생이에요. 졸업 후 청년 김대중 연설대전 대상, 창작시 공모전 최우수상 등 스피치와 글쓰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사실 **은 별에 오기 전에는 말이 많은 게 단점이었던 아이였어요. 자기 관심사에 대해서만 말이 많아 친구들이 지겨워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별에서는 그 특징을 장점으로 키워주려고 노력했어요. **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반응해주니 거부당한다는 느낌이 줄어들고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 그렇게 자신을 수용해주고 받아들여줬던 친구, 학교에서의 경험은 **을 뒷받침 해주는 든든한 빽이 된 것 같아요. 그 믿음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의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현재 자랑스런 연설가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있는 윤**도 소개하고 싶어요. **은 엄청 뜨개질을 잘 하는데요, 마치 신이 내려준 재능 같아요. 주위의 편견 때문에 그 동안 인정 못 받다가 별 학교에서는 홍보도 해주고 판매도 해주니까 큰 힘이 되었죠. 그렇게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자기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고 그 힘으로 다른 것도 잘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일반 학교를 다니며 더 넓은 세계로 나가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     © 교보교육재단



Q : 방금 말씀해주신 두 분의 졸업생 포함 성장학교 별, 청년행복학교 별을 거쳐간 학생들이 260여명이나 된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몇 명 정도가 다니고 있나요?  

현재는 30여명 정도가 재학 중이에요. 상근 교사는 5명이고요. 예전에는 비행청소년,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별 학교에 왔는데 지금은 경계선 지능이나 가벼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주로 오는 것 같아요. 요즘 표현에 의하면 경계선 청(소)년 혹은 느린학습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범주화하고 싶진 않아요. 성장학교 별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 공교육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학교입니다. 청년행복학교 별도 마찬가지고요. 별은 경증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ADHD 등 다양한 그룹이 섞여 있는 자유로운 통합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느린학습자: IQ 71~84, 사회성숙도 71~84에 해당하는 느린학습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에 있어 ‘경계 청년’, ‘경계 청소년’으로 지칭된다. 전체 인구의 15%, 각 학급에 1~3명이 경계선지능에 해당될 정도로 느린학습자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출처: 청년행복학교 별 브로셔) 


 

Q : 마음이 아프거나 힘든 아이들도 성장학교 별에 오면 자기 본연의 힘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밑바탕엔 성장학교 별만의 독특한 교육과정이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프레네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수업을 운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성장학교 별은 프레네 교육운동 그룹들과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하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프레네 교육은 자유, 협력, 현실과 연결된 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성장학교 별에서는 자유표현, 자유글쓰기, 몸을 통한 자유표현 등 자유와 관련된 활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 사실 ‘자유에 기초한 교육’이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가 어렵지요. 다행히 별은 자발성에 기초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자 오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아이들과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학교이다 보니까 아이들이 싫다고 하면 기존 제도가 없어지기도 해요. 그 중 하나가 행복쿠폰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수업을 안 들어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쿠폰입니다. 행복쿠폰을 쓴 아이들은 꿈꾸는 방에서 스마트폰을 하거나 누워있곤 했죠. 그런데 학교 활동이 재밌다보니 이 쿠폰을 쓰는 아이들이 별로 없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없어졌어요. 이 외에도 여러 일들이 있는데, 공교육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들이 여기는 가능해요. 한 학기는 아이들의 주장으로 PC방에서 수업을 한 적도 있어요. PC방 수업을 계획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을 모집하고 설득해서 1시간 수업을 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그것이 수용되고, 스스로 학교의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내가 주체다’란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자율과 협력이 성장의 비결인 셈이죠. 

 

▲     © 교보교육재단


 

Q: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학생, 교사, 부모 세 축이 협력해 켜켜이 신뢰를 쌓아온 내공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으셨을 텐데요,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2004년 위탁형 대안학교 지정을 추진하며 봉천동 인근 3층 건물을 구입했는데 주민들 반대로 쫓겨났어요. 불량한 아이들이 있으면 집값 떨어진다고 인근 주민들이 시위를 한 거죠. 대출 받아 구입한 건물을 급히 처분하느라 수억 원의 손해를 봤어요. 별지기 선생님들간에도 깊은 상처가 나기도 했고, 학교 운영 과정에 서로 다투는 일도 많습니다. 어찌하다 젊은 날 병을 얻어 먼저 다른 세상으로 간 동료 교사도 있었어요. 졸업생 중에서 너무나도 삶이 고통스러워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도 한 둘 있었고요. 처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운영 예산은 늘 빡빡해요. 성장학교 별이 서울형 배움터로 지정 됐음에도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 역시 어렵고요. 


 

Q: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라고 이 힘든 길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수도 없이 많았죠. 그래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첫째는 아이들의 변화, 둘째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우리만의 공간이 있는 것, 셋째는 치유학교의 효시이자 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 때문이에요. 주변 분들이 성장학교 별의 운명을 궁금해해요. ‘거기 아직 안 망했나?’하고 묻곤 하죠. (웃음) 지금껏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잘 버텨온 만큼 앞으로도 치유적인 공유문화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가겠습니다. 


 

Q: 성장학교 별이 추구해온 가치가 잘 자리잡아 치유의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과 사회적 지원은 무엇일까요? 

사회가 선진국이 된다는 건, 다양성에 대한 개방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마다의 다른 속도를 인정하는 것이지요. 일정 경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똑같이 모두가 빨리 달리는 문화였는데 사실 부작용도 많았어요.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뒤쳐지고 획일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죠. 자연이 아름다운 건 그 속에 수많은 색깔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처럼 다양한 속도와 방법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 더 넓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이 공부(성적)라는 한 가지 잣대로 평가 받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재능을 발휘해 다양한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인정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살 맛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질 거에요.

 

 

▲     © 교보교육재단



Q: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되겠군요.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청소년 학교(성장학교 별)에 이어 청년학교(청년행복학교 별)를 시작하고, 청년들의 일자리인 오색찬란 사업단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아자라마 카페, 청년쿠키, 별빛책방 세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2개를 오픈 해 오색찬란의 다섯 빛깔을 모두 완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치유와 돌봄의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갈 시설이나 기관, 대학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발달지원센터를 포함해 많은 길이 열렸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유 네트워크를 만드는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 보다 좋은 세상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학교 폭력, 따돌림, 은둔형 외톨이 등 아픔을 겪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삶에 별이 되어준 김현수 교장선생님. 내면의 가치와 관계의 성장을 통해 모두가 자기 인생의 별이 되도록 돕고 있는 그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참사람입니다. 김현수 교장선생님과 성장학교 별이 함께 만들어 갈 ‘교육-돌봄-치유-영성의 선순환 세상’을 함께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