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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창의성 교육의 참다운 방향성을 듣다

이선영(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창의인재’, ‘창의융합형리더’는 우리가 미래사회를 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등장하고 강조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창의성’은 꾸준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요. 창의성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창의성과 창의성 교육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이선영 교수님을 만나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있는 이선영입니다. 창의성 교육, 영재 교육, 재능계발 교육을 세부 전공으로 하고 있고요. 학생들의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 및 교육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계발된 그 재능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공유하고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창의리더십을 통한 재능공유연구랩(TDCL)’에서 재능계발교육과 창의리더십에 관한 연구들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창의성과 창의성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창의성 바로미터’라는 책을 출간하셨죠.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남들이 보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다는 것은 독창적이거나 기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새롭고 독창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발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계속해서 중요하게 생각되어 왔는데, 요즘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은 왜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을까요?

우리가 뻔한 생각이나 행동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굳이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지 않겠죠?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잘한다, 지능이 높다’라고 하면, 그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잖아요. 요즘은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뻔하지 않음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창의성’이에요. 창의성은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한 코어(핵심)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와 사회에서 ‘미래사회의 생존과 안녕에 직결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을 때 창의성을 떠올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서나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고요. 또 이제는 미래 사회를 선도하고 앞서가야 하잖아요? 그럼 앞서서 이끌 때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욱더 창의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창의성은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타고나는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창의적인 성향이나 특성을 선천적으로 조금 더 강하게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비단 창의성만 그런 건 아니에요.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성향 같은 것은 당연히 타고난 부분이 있죠. 인지 능력도, 성격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강하게 타고 난 것도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하면, 그 창의성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타고나는 부분은 있지만 그것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계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창의성이 낮게 태어났어도 그 환경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개성을 존중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의사 표현하는 것도 배우면서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어요.

그리고 창의성은 개인의 재능이자 사회의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개인 재능으로서의 창의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아이들이 있는데, 훈련과 교육이라고 하는 계발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원하는 창의성으로 발현하면 그게 사회 재능으로서의 창의성이거든요.

창의성 계발과 교육은 실제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모양과 방향으로 창의성을 훈련시키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과정과 교육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궁극적으로 계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가장 먼저 창의적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창의성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불편해하는 특성들이기 때문이에요. ‘튄다’, ‘반항기가 있다’라고 보이는 모습이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성들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본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하기도 하죠. ‘왜 이렇게 예민하지? 왜 이렇게 까다롭지?’ 심지어는 ‘왜 이렇게 기괴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단순히 변덕스럽고 이상한 4차원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잠재성을 많이 갖고 있어서 남들이 보지 않는 방식으로 보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면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창의성 교육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육이 돼야 해요. 강요에 의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습관화돼서 자연스럽게 학교로 넘어가고, 교육도 학교라고 하는 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해요. 그러려면 아주 지난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정, 학교, 사회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정>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획일화된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도 괜찮다’라는 부분이 있으면 해요. 그래서 첫 번째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릴 때 교육의 시작은 가정이잖아요. 그런데 가정에서부터 부모님이 아이가 남들과 다를까봐 걱정하고, 튀는 행동을 할 때 자꾸 ‘이거 하지 마’, ‘남들하고 똑같이 해’라는 식으로 통제하게 되면, 아이들의 호기심이 그때부터 눌려지게 돼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제공해 주는 게 정말 필요해요. 아이들은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은 호기심이 많은 애들이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책 읽기도 정말 중요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의문점이 생기고 호기심도 많이 생기죠. 박물관이나 과학 전시관 등을 통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도 괜찮고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뛰놀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습관화돼야 해요. 가정에서부터.

 

▲ 전공 포럼에서 창의성을 주제로 발제 중인 이선영 교수     © 교보교육재단

 

<학교>

학교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교사가 창의적인 학생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연구에 의하면, 교사들은 창의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창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창의적인 학생이 보이는 태도나 행동은 불편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이 질문을 계속한다거나, 기존의 것에 순응하고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을 때, 선생님이 학생 개개인의 어떤 특성이나 요구를 다 맞춰주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것을 산만하다거나 반항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학생이 보일 수 있는 특성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학생을 교사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그 학생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재능을 발굴해내서 계발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모범적인 태도의 학생이 아니라고 단정을 지어 그 학생을 바라보게 되면, 그 학생이 갖고 있는 창의성을 계발할 기회조차 없어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창의적인 특성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잘 지키고 따르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개방적인 마음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창의성 교육의 출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사회 역시 창의적인 분위기와 창의성에 대한 가치,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어요. 우리 사회에서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고 다른 길을 걸으려면, 모험심을 가지고 위험 감수도 해야 하고 도전해야 하거든요. 실패도 많이 해봐야 해요. 그렇게 실수와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용인되는 사회라면 창의성이 좀 더 발현될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조급증’과 ‘뭐든지 빨리빨리 하려는 문화’를 버려야 해요. 지나치게 효율성만 강조하다 보면, 실제로 창의성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낼 수 없는 굉장히 수동적인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사회가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완벽한 사람을 쫓다 보니, 창의성을 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못 키우는 거죠. 

우리 사회는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아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빠르게 본인의 성과를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창의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생각해요.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도 참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례들도 궁금한데요. 해외에서는 창의성 관련해서 어떠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창의성 관련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보다, 그 사회 자체가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창의성이라는 것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습관화 되어야 해서, 따로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의성을 교육한다’라는 것은 결국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따라야한다는 거죠. 순응하라는 것은 창의적인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조급증을 버리고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면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인정받고 응원받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고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게 되어,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천차만별의 개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이 떠오르는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을 저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정말 인류 사회에 대단한 공헌을 한, 아주 위대하고 창의적인 천재예요. 우리는 그것을 ‘커다란 창의성’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창의성은 항상 요구돼요. 예를 들면 ‘오늘 점심에 뭘 마시지? 나는 맨날 커피만 마셨는데, 오늘은 다른 거 마셔볼까?’ 하면 고민하잖아요. 이렇게 뻔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들에서도 다 창의성을 요구해요. 이런 것은 ‘작은 창의성’이라고 부르죠.

 

▲ 교육 포럼에서 동료들과 함께     © 교보교육재단

 

지금까지는 ‘커다란 창의성’만 생각해서 ‘저는 창의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창의성’으로 바라보면 누구나 다 창의적일 수 있겠어요. ‘매번 하던 걸 조금씩 바꿔가며 창의성을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창의성 계발이 가능하다고 하는 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창의성은 그래서 시간과 노력이 걸려요. 스티브 잡스가 어릴 때부터 애플을 만든 게 아니에요. 긴 시간과 노력,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고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지요. 그래서 특히 어린 시절부터 창의성을 교육해 그것이 습관화되는 게 꼭 필요합니다.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졌던 창의성에 관한 개념이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창의성과 관련하여 앞으로 교수님의 개인적인 연구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현재의 상태보다, 그렇게 만들어지기까지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는 그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실 제대로 된 창의성 교육을 시킬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분이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의 창의성 계발과 교육’이에요.  

한편으로는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과 창의성을 사회와 공유하는 법을 가르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발굴하고, 그 발굴된 창의성을 본인의 행복과 안녕을 넘어 타인과 사회, 나아가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어떻게 펼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싶어요. 그러한 리더를 키우는 교육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이선영 교수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창의성을 타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는, 결국 교보교육재단이 지향하는 ‘참사람’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녀의 바람처럼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적인 특성을 존중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청소년 모두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