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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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30+1

글 : 김시은(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은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64번째 편지
30+1

 

글 : 김시은(참사람 독자)

   

 

“에헷. 음. 음... 김대리님! 그러니까 요즘... 음……. 경기가……. 그래서... 에헷…….”

“에헷.. 다름이 아니고. 쿨럭. 예……. 거래처도 줄고……. 예……. 그러니까... 쿨럭...”

연신 헛기침만을 하시는 사장님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말씀 드리고 말았습니다.

“네! 사장님! 그럼 전 무슨 요일날 쉬면 되는 거죠? 이참에 아이들과 있는 시간도 좀 늘어나고 좋은 것 같아요!”

그제야

“휴~ 박과장님 하고 이부장님이 월요일 날 쉬시고 싶다 하시니 그 날 제외하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말씀 드리게 돼서... 정말... 정말 죄송해요!”

얼굴까지 빨개져 가시며 연신 미안해하시는 사장님 앞에 

“죄송하시다니요! 사장님이 얼마나 고생하시는 지 우리는 다 아는데요. 암튼 새 거래처 뚫으시느라 저번처럼 입원하시면 안 돼요!”

하며 환하게 웃습니다.

사랑하는 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미소를 띄워 보였지만 원치 않는 무급 휴일을 받고 사실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뻔하디 뻔한 살림에 월급 줄어드는 게 무척 두렵지만 사장님이 고통과 아픔을 더 크게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웃을 수 밖에요. 

모두가 같은 심정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말입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회사의 부도로 갑작스레 실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재취업은 생각보다 더뎠고 그러니 저라도 하루 빨리 돈벌이를 하러 나서야 했었습니다. 아이 둘에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있으니 집과 먼 곳에서 일하는 것도 정확히 근무시간을 채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거기에 이렇다 할 이력도 저렇다 할 경력도 없었으니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리 전전긍긍 하던 중 우연히 집 근처 건물에서 직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자유롭다는 문구 하나에 그땐 정말 무슨 용기였는지 시장바구니까지 든 채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음……. 초보라도 괜찮긴 한데……. 재봉일 생각보다 참 힘든 거예요! 열심히 할 수 있으시겠어요?”

“힘든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최선은 다할게요!”

열과 성의를 다한다는 저의 말에 무턱대고 저를 채용하신 우리 사장님.

그래서 여전히 일이 미숙한 저 때문에 사장님과 다른 직원 분들이 참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주로 대형 의류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지퍼를 달아 주는 재봉 일을 하는 우리 회사의 직원은 사장님을 포함해 고작 7명입니다. 

허나 사장님은 30개의 별이 뜨는 곳이 우리 회사라 말씀 하십니다.

직원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딱 30명이니까요. 직원 한분 한분이 30개의 별을 빛내고 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엔 처음엔 코웃음 쳤습니다.

‘무슨 코딱지만 한 공장 하나 하면서 저리 유세야?’

‘별이 어디 있어? 그냥 집도 가깝고 시간도 자유로우니 다니는 거지!’

사장님의 진심을 알기까진 사실 얼마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 준이 생일이죠? 이건 요즘 일곱 살 남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거라서 샀는데 선물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세요! 이대리님이 오늘 김대리님꺼 까지 일해 주실 거래요!”

10평 남짓한 공장에서 동료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사장님은 전부 새겨 듣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아들 생일 선물 살 여력도 되지 않아 미역국이나 끓여 주어야겠다며 한탄하던 저의 이야기를…….

사장님이 외출 하신 후 아들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로보카 폴리가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여다보며 결국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울지 마! 이 회사 다니면 더 울 일 많을 거니까! 나 얼마 전에 이사할 때 비 오는 날에 이삿짐까지 날라 주신 분도 우리 사장님이지! 저번에는 지원이 수능 볼 때 사장님이 태워다 주셨다니까. 지원이네 차 없는 거 아시고 꼭두새벽에 가 있으셨더라고. 수능 보는 학교 앞에 지원이 엄마랑 같이 엿도 붙여 놓으시고……. 암튼 우리 사장님 때문에 내가 오라는데도 많은데 여길 못 관둔다! 못 관둬!”

재봉틀경력 20년.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가 많은 우리 부장님도 못 관둔다는 회사니 그만하면 정말 제가 행운아 같았습니다. 

어쩌다 일거리가 많아지는 날이면 털털털 낡은 자전거를 타시고 동네 맛집을 찾아 야식까지 손수 공수해 오시는 우리 사장님!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덕분입니다. 모두 맛있게 드시고 오늘 늦으면 집까지 제가 전부 모셔다 드려야죠. 암요! 당연히!”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과 업무 시간이 겹치는 날이면 직원분들의 아이들 등하교까지 도와주시고,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튀김도 잘 사주시는 사장님을 아이들도 너무나 좋아합니다.

회사가 잘 되는 날에는 직원 챙기시느라 안 되면 거래처 만드시느라 쉬는 날에도 고군분투 하시는 사장님이 쓰러지셨을 때, 직원 모두는 자신의 아픔인 양 울고 아파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장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장님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성실히 일했습니다. 

“여기는 나만의 회사가 아녜요. 우리 모두가 같이 하는 우리 가족들도 함께 하는 그런 곳이죠! 그래서 여러분들이 잘 되는 게 나도 잘 되는 거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금일봉을 주시는 날에도 담담히 말씀하시는 우리 사장님!

 

작은 공장을 운영하시지만 그 마음만큼은 어느 대기업의 오너보다 더 깊고 넓음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무급 휴일을 지정해야만 했던 조금은 씁쓸한 날이지만 오늘도 다를 바는 없습니다. 

재봉틀은 씽씽 신나게 돌아갔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니만큼 직원들은 물론 가족들도 모두 모여 삼겹살 파티를 엽니다. 의자도 모자라 아이들은 신문지를 깔고 앉아야 하지만 지글지글 모여서 구워 먹는 삽겹살의 고소함과 구수함을 어떤 맛이 감히 따라 올까요.

“에헴~……. 그러니까……. 헛... 제가 할아버지가 됩니다!”

사장님이 할아버지가 된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럼 이제 울 회사에 별이 하나 더 생기는 거네요! 반짝반짝 31호가요!”

우리 아들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작은 공장은 웃음바다가 됩니다.


 

참사람이란?

따로 있을까요?

함께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며 자신 스스로를 낮추고 먼저 발로 뛰는 사람.

공장 직원 한분 한분에게 직책을 만들어 주시며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 주는 사람.

그 직원의 가족 수조차 헤아려 주며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도해 주는 사람.

별은 결코 홀로 빛날 수 없음을.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신 사람.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고 귀하게 만들어 주는 사장님이 우리 회사의 사장님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작고 좁지만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세상 어느 곳보다 큼지막한 우리 회사! 

30개의 별이 이제 31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나 하나 더 많은 별이 더불어 반짝이는 그 날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