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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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다름을 실천하는 작은 거인

글 : 장철호(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86번째 편지 

다름을 실천하는 작은 거인

 

글 : 장철호(참사람 독자)

 

 

 

우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돕는다.

물론 돕고 안 돕고는 본인의 자유 의지다. 내가 궁핍하거나 힘들면 나 이외의 다른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만난 친구는 자신이 불편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봉사와 희생을 소홀히 하거나 거른 적이 거의 없다. 나이는 30대 초반, 변변한 직장은 없지만, 지역의 봉사활동 장소에서 꼭 얼굴을 볼 수 있다. 굽은 등(꼽추) 때문에 키가 잘 자라지 않고 구부정한 허리를 힘겹게 움직이면서 연탄 배달등을 돕는 작고 왜소한 사람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 아입니꺼

 

쉬운 일을 찾아보라고 해도 듣지 않는 사람이었고, 자기 소신이 확고했다. 누가 봐도 힘들게 일을 하고 있으니, 보고 있는 사람이 더 불편해지는 상황이 자주 펼쳐졌기 때문이다. 몇 번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겠지. 사람이 갖는 편견이 그렇게 가벼울 수 있는지를 이 친구를 보고 처음 알았다. 해가 갈수록 그 친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자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몇 해가 지난 지금은 사회복지 기관에 취업하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목욕과 머리를 깎여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보람을 실천하고 있다.

 

8월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여름 때의 일이다.

외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는데, 한쪽에서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벗으려고 바둥대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얼른 달려가서 옷을 벗겨 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손사래를 치며 도움을 거부했다.

 

미안합니더. 내 옷조차 내가 못 갈아입으면 어떻게 남을 돕습니꺼?”

 

그 말을 들으니 괜스레 손이 무안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또 다른 인간상이 내 마음 한구석으로 훅 들어와 박혀 버렸다.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이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을 돕는다? 수학 공식으로 비유하면 맞지 않는다. 불편함을 품고 있으면 되레 도움을 받고 싶어지는 것이 인정상정 일텐데. 나만 봐도 그렇다. 몸살이 나거나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으면 내 몸에 대한 불편을 말하곤 한다. 그러면 가족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약을 사다 주거나 부축을 해준다. 그런 도움을 받고 나서야 내가 보호받고 있구나! 내지는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하게 된다. 젊디젊은 친구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자기만의 확고한 의지를 세웠을까?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커피믹스를 나눠 마시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궁금했던 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친구의 말은 나의 얼굴을 더 달아오르게 했다.

 

저는 몸이 불편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더, 다만 남들하고 조금 다를 뿐이지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만큼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을까? 그 친구를 통해 내가 가야할 가치관을 더 확고하게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참사람의 의미가 무엇일까? 바른 사람? 진실한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만 나보다 남을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몸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하던 그 친구는 작은 거인이었다. 지금도 그는 남과 다름을 묵묵히 실천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