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코로나바이러스와 디지털 교육

이재포(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온라인 학습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194개 국가에서 학생 수의 90%가 넘는 16억여 명이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가져왔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잦아든 일부 국가에서 교실 문은 다시 열리고 있지만 수업은 과거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여전히 10억여 명은 가정에 머무르고 있다.

학교의 폐쇄는 교육 현장을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갔다. 교사는 달라진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한편 더욱 가중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이중부담에 힘들어하고, 학부모는 양육에 더해진 교육의 부담에 짓눌리고,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학습 방법과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배움의 중단과 축소는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초중등과정 학력평가를 전문적으로 해온 비영리단체 NWEA는 지난 4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The COVID-19 Slide"에서 학교 폐쇄가 심각한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오고 있고, 특히 수학의 경우 일부 학생은 1년 이상을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도 고등학교 중간고사 시험 결과 중위권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 성적이 두드러지게 하락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 불과 2~3개월의 학습결손의 결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학교가 문을 닫는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는 온라인과 디지털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비영리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칸아카데미는 사용 시간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된 이래로 하루에 3천만 분에서 최고 9천 9백만까지, 그리고 평균 7,500만 분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 및 교사의 신규 등록은 5~6배, 학부모의 등록은 10~20배 증가했다고 칸아카데미는 밝히고 있다.

화상수업과 인터넷 강의는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대체하고, 인공지능 교육 플랫폼은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변화를 거부했던 학교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외부적 강제에 의해 디지털 기술에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학교들이 원격 학습을 수용하고 있으며, 학교가 다시 문을 연 후에도 온•오프를 아우르는 혼합 학습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낯선 일상, 디지털 교육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학교를 벗어난 배움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교육 환경으로서 디지털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나아가서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교육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교육을 예고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시작된 디지털 교육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촉발된 디지털 혁명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넓고 깊은 변화를 가져왔고, 그 변화의 속도는 따라가기조차 힘들다. 우리는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고 네트워크를 떠나서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2016년 알파고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인공지능은 불과 5년여 만에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예술의 영역에서 사람을 경쟁한다.

디지털 교육은 기존의 교육이 그러한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고등학교 교사 카를 피쉬는 “우리는 지금 학생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위해, 아직 일어나지 않아서 알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명되지 않은 기술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교육의 현실을 토로한다. 학교 교육이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디지털 교육은 아직 새로운 시대의 교육 체계로서 그 온전한 모습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통 교육 시스템이 완고하게 자리 잡고 있고, 새로운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그 시간이 짧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디지털 교육이 담고 있는 지향점과 중요한 내용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은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과 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디지털 시민은 개인의 삶과 사회 참여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이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아이들이 사이버 폭력과 범죄와 같은 디지털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사이버 안전), 디지털 기술을 익혀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디지털 리터러시)과, ‘참여’를 통해 선한 사회공동체 실현에 기여하는 높은 가치관과 윤리의식(디지털 윤리)을 갖추게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글을 읽고 쓰고 문맥을 이해하는 문해력(리터러시)은 문자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된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검색 능력과 그것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비판적 사고, 다양한 디지털 툴을 활용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업능력, 그리고 컴퓨팅 관련된 지식과 프로그래밍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지난 2017년 유네스코는 문맹퇴치의 날 테마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선정함으로써, 디지털 문맹의 퇴치가 교육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였다.




통신을 위한 물리적 연결망의 의미를 지녔던 네트워크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 힘입어 지구 절반의 사람과 인공지능이 상호작용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인터넷에는 셀 수 없는 양의 정보와 지식이 있고, 웹은 정보와 정보의 무한 연결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번역기는 소통과 정보 유통에서 언어 장벽을 허물고 있다. 연결주의 학습이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무크(MOOC: Massive Online Open Course)는 처음 선을 보인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전 세계 1억 1천만 명의 수강생이 1만개 이상의 강좌를 수강하는 거대한 학교가 되었다.

인공지능 교육은 최근에 시작되었지만 디지털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 인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 유지에 사활적이라는 인식하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수학 등 기초 학문과 프로그래밍 등 디지털 기술, 그리고 의학 법률 등 전문분야의 지식이 결합된 복합적이고 고도로 훈련된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중국은 2018년부터 초등학교부터 인공지능 교육을 도입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 과정과 교재를 선보였다. 미국과 유럽은 구글과 같은 IT 기업과 대학, NGO 등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디지털 교육은 디지털 시민성교육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그리고 인공지능 교육까지 빠르게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했고, 유럽연합은 그것의 교육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관된 인공지능 교육 체계를 도입하였고, 핀란드는 전 국민의 5%를 인공지능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갈라파고스의 섬처럼 그런 시대적 흐름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다.

이제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 사용법과 코딩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고, 디지털이 교육에 주는 기회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교육은 ‘디지털 시대’의 교육이고 미래 교육이다.

나눔과 통합의 공동체 교육
디지털 교육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은 기성세대-교사와 학부모에게도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에게 배운다.”는 오랜 상식은 디지털 현실에서 더 이상 맞지 않다. 낯선 기기와 복잡한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아이를 불러야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아래한글, 카카오톡, 애니팡을 디지털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 디지털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디지털 교육은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에게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교육은 세대 통합 교육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서 상호작용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의 역할 관계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영국의 한 교육 학회에서는 배움이 “학교에서 20%, 가정에서 40%, 사회에서 40%”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말의 의미는 교육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플립 러닝, 블렌디드 러닝과 같은 새로운 학습에서는 가정에서의 학습이 점점 더 많은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부모는 전통적인 양육 기능과 함께 아이들의 학습에 관여를 높여가야 한다. 변화가 빠른 디지털은 교육에서 사회의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한다. 구글과 같은 거대 IT 기업과, 대학,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학교의 디지털 교육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시기에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역할에 부응하는 것이다. 디지털 교육에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의 역할분담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를 해소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의 전제 조건이다. 디지털 격차는 개인 혹은 특정 계층이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격차는 학교와 산업,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 계층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격차는 기본권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2017년 영국 하원이 제출한 보고서 “디지털 기술 위기(Digital Skill Crisis)는 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컴퓨터의 22%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이고, ICT 교사의 35%만이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컴퓨터 과학 교사 정원의 70%만 채용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학교 현실은 어떨까?영국 의회는 디지털 교육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환경을 제공하고, 부족한 교사의 수를 늘리고 자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코딩 교육 등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보고서는 권고한다. 의회는 영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가 디지털 전략의 제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은 세대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기술에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나눔과 통합의 공동체를 지향하여야 한다. 미래 교육으로서 디지털 교육이 모든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계와 내용성을 담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기에 우리의 디지털 교육 현실은 암울하다. 2015년 OECD의 조사 결과, 한국은ICT를 활용한 교육에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 교육에 사회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을 때, IT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은 ‘중독’과 ‘금지’만 외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변변한 장비,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 하나 없이 골방에서 게임과 SNS에 빠져 그들의 미래를 준비할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 보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집단적 디지털 문맹 상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고 그 기술을 익히고,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문맹은 스스로 그 사실을 알지만, 디지털 문맹은 깨닫지 못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각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이 돌보고 키우는 아이들은 우리 곁에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인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고 다시 배우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디지털 현실에 눈을 뜨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용감해야 한다.

많이 늦었다. 그래도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았던 시기는10년 전이고, 두 번째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지금 우리 곁을 미래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흘러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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