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코로나 시대, (학)부모의 감정과 역할을 돌아보다

황성희 (한국학부모협회 출판위원장, 강원대 강사, 학부모연구자)

2020년 1월 20일은 우리나라에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그러다 말겠지’, ‘곧 끝나겠지’ 하면서 다소 안이한 태도로 이 상황을 마주했었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기로 인식하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영역은 거의 없겠지만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교육 분야이다.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3월 2일에 예정되었던 개학은 수 차례 연기되었고, 급기야는 온라인 개학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4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대면수업을 시작했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 생경한 상황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부도, 지자체도, 학교도, 가정도 모두 당혹스러워했다.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온라인 수업은 의도치 않게 학교를 가정으로 들였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가정으로 훅 들어와 버린 교실,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은 학부모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도록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수업과 관련된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학부모들과 전화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으로 학부모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로서 돌봄의 역할은 물론 그동안은 학교와 교사가 담당했던 학습지도의 역할까지도 일정 부문 학부모에게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 상황은 학부모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었다. 학부모마다 처한 상황이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보태야 하는 어린 자녀를 챙기느라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것 같다는 초등학교 학부모, 아이를 뒤로하고 직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겁다는 맞벌이 학부모,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 자녀를 돌보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야 하는 저소득층 학부모, 부모 둘이 함께 해도 쉽지 않은 교육을 혼자 생계를 꾸리며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힘에 부치고 버겁다는 한부모, 요즘 교육방식이 낯설기만 해 손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미안하다는 조부모, 낯선 언어와 문화의 장벽 앞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이 남다르다는 다문화 학부모, 입시 준비에 올인해도 부족한 판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학습 공백까지 감당해야 하는 고3 자녀를 볼 때 마다 답답하다는 수험생 학부모. 이처럼 학부모들은 이 상황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힘듦과 어려움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을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침대에 누워 수업을 듣는 아이’, ‘늦잠 자는 아이’, ‘컴퓨터를 틀어놓고 딴짓하는 아이’, ‘게임에 빠진 아이’. 자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생활 리듬이 깨지고, 애써 잡아놓았다고 생각했던 공부 습관이나 태도도 흐트러지고 있다. 재택 온라인 수업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잔소리가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녀와 부딪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 상황이 빚어낸 흔한 가정 풍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학기 예고 없이 찾아온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면서 학부모들은 불안하고 불편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2학기에는 제대로 된 수업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2학기 수업 역시 1학기와 크게 다르지 않고 학습 공백은 점점 커져만 가는 현실에 학부모들은 점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간간이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하다 보니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학교가 교육을 포기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2학기에도 여전히 EBS 콘텐츠나 e-학습터에 의존한 수업이 대부분이다. ‘피드백에 인색한’ 수업, ‘EBS 강사만 있고 교사는 없는’ 수업을 지켜보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었다는 한 학부모의 말이 비단 이 학부모만의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부모들이 실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이러한 감정을 단순히 개인의 사적 감정이나 불만의 목소리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교육에 대한 사회적 반영이다. 한국사회만큼 교육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사회도 흔치 않다. 교육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목소리 속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어 갈 단서도 함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은 미래교육을 앞당겼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습공백이나 교육격차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5월 중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교 후 실시된 첫 중간고사와 모의고사 결과에서도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 간 학생의 성적에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용 자본이 풍부한 중상류층 학부모들은 사교육 지원 등을 통해 자녀의 학습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학(조)부모들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자녀의 학습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중층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코로나발 교육격차가 기존의 교육불평등 상황을 가속화시킬 수 있음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가 생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우리가 일상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이 해체되고 있고, 믿음을 갖고 확신해왔던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당혹스러운 이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다시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갈 수 있을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교육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때 온라인 수업의 장기화 혹은 보편화 상황을 고려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지금과 같은 유사 상황에 언제라도 다시 노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교육과 관련하여 적잖은 목소리를 보태왔던 네델란드의 왕세자비 로렌틴(H.R.H. Laurentien)은 코로나와 교육에 관한 한 칼럼에서 “위기의 상황에서는 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이 허용되고, 위기의 상황에서는 우리는 모두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언제라도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로 교육현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재택 온라인 수업은 학부모의 교육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학부모는 자녀교육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그런 만큼 학부모 스스로도 자신의 교육적 역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부모는 교육의 주체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교육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되, 동시에 교육에 대한 책임도 당당하게 질 수 있는 모습을 보일 때 학부모의 교육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

 

코로나발 온라인 수업이라는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모두를 학습자로 만들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배워야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일상을 함께 하게 된 자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인내하고 소통하는 기술을 익혀야 했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학습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면서 불안하고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때로는 교육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교육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우리가 결코 놓을 수 없는, 그리고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늘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길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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