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에세이

내가 보고 배운 것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07번째 편지 

내가 보고 배운 것

 

글 : 배건효(참사람 독자)

 

 

괜찮아~”

몇 년 전, 또 한 번 필기시험에 떨어져 우울해하던 나에게 엄마가 해준 말이다.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는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고뇌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괜찮다는 엄마의 한 마디에 기분이 나아졌다. 합격을 못 해도 괜찮다는 말인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겪는 법이야. 그러나 도중에 포기한다면 내가 그동안 해온 노력보다,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나의 기회가 그리고 노력의 결실을 보지 못하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지 않을까?”

어차피 결과론인데 모르고 살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한창 사춘기이던 내가 한 대답이다. 그 때 엄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엄마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수어시험에 합격했다. 특수교사였던 엄마는 학생들과 더욱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의무가 아니었던 수어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그리고 부산에서 살면서 1년에 2번이나 시험을 치러 서울에 다녀오기도 했다. 배움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고들 하지만 진정한 배움에는 있다. 나이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가,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이 있을 때가 가장 적절한 시기리라.

 

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질투를 하거나 운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동안 엄마가 매일 밤 교재를 보고, 주말에도 영상을 보며 동작을 따라하던 노력을 봐왔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공까지는 따라오지 못해도 적어도 가능성이 생기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번이고 시험에 떨어졌었던 나와, 합격한 엄마 사이에는 약간의 간극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서야 나는 더욱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는 사춘기의 자식이 한 말을 잘 새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써 설명하거나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다. 다만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그 모습을 보고 배워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그럼에도 괜스레 드는 짓궂은 마음에 엄마에게 물었다.

시험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잖아. 만약에 그랬다면 어떨 것 같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합격해서 그 능력을 좋은 데다 활용하겠지~” 라며 웃음을 지어보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에게는 또 열중할 작업이 생겼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교과서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문득 엄마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가 궁금해졌다. 아니, ‘재미는 있을까?’ 이것이 가장 궁금하다. 학교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당장 내일 있을 수업을 체크하고 방과후 활동을 기획한다. 본분을 다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우린다. 엄마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고 그렇기 때문에 수업도 더 재밌게 하고 싶다고 한다. 교과서라는 딱딱한 교재 속에 틀에 박힌 내용들이 고스란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용을 빼먹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공부하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

 

모처럼 쉴 수 있는 주말이 오면 나는 놀기 바쁜 반면, 엄마는 독서에 매진이다. 쌓여 있는 책들을 보니 미래의 교육’, ‘교사의 시선등의 제목이다. ‘으으지켜보는 내가 다 지겹다. 엄마는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개선해나간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야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엄마는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었을까? 엄마의 선생님은 좀 피곤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 덕분에 이제 나의 몫이 무엇인지 알았다참사람이 되기위해서는 현재 진행을 뜻하는 하기가 있어야 한다. 실천하는 삶,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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