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인성도서

불량소년, 날다

저자고든 코먼

출판사미래인

출간일2019년 12월 10일

도서 추천사

책갈피 2020년 1월의 인성도서

 

학교 폭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도서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 책갈피 도서선정위원 우신영(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제가 가르치는 대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반복되는 삽화(episode)가 있습니다. 바로 이 번듯한 청년들이 중고등학생 때 당했다는 학교폭력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주로 피해자였고 가끔 가해자였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그 때의 악몽으로 잠을 설치고, 교우관계에 집착한다 했습니다. 왕따나 은따, 학폭위 그런 단어들의 의미를 제 학생들에게 배웠습니다. 

 

제 경우는 시절이 순했던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짖궂은 별명 부르기 정도가 학내 괴롭힘의 최고 수위인 그런 학교 생활만 경험했거든요. 이제 사범대 정규교과로 <학교폭력의 이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을만큼 학교폭력은 21세기 한국 학교 시스템의 상수(常數)가 되어 버렸습니다. 상담 후 늘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의 발원지는 분노이고, 분노의 발원지는 외로움입니다. 샘이 넘쳐흐르면 분노의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분출됩니다. 그게 타인에게 향하면 학교폭력이 되고, 자신에게 향하면 자기혐오나 자기파괴가 되지요.

 

그래서 '지금,  여기' 필요한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어설픈 근절 대책이나 캠페인보다는, 폭력행위의 근저에 있는 '사람'을 아는 일입니다. 제가 오늘 추천하려는 소설 <불량소년, 날다>에는 중학생 체이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전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붕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을 대하는 학우들의 태도에 혼란을 느낍니다. 어떤 친구는 체이스를 두려워하고, 어떤 친구는 체이스에게 아이스크림을 던집니다. 체이스는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자신이 빚어낸 결과임을 자각해갑니다. 그는 인기있는 풋볼 선수이자 소위 학내 '인사이더'로서 다른 친구들을 은밀하게 괴롭히며 제 존재감을 부풀려 가는 나쁜 소년이었던 것이죠. 학교는 그런 그에게 올바른 교육적 개입이나 처치를 하지 못한 채 방조했고요. 결국 체이스는 흐린 기억을 더듬어가며 과거의 자신과 아프게 대면합니다.

 

대개 학교폭력을 재현한 소설들은 피해자의 경험을 다룹니다. 헌데 피해자만큼이나 가해자에게도 학교폭력은 치명적인 삶의 왜곡과 타락을 불러옵니다. 그걸 스스로 모른다는 점에서 더 그렇죠. 삶의 문제를 폭력으로 터뜨리는 패턴이 앞으로 그들의 삶을 지배할 것이며, 타인의 참된 애정과 지지를 받는 존재 대신 두렵거나 꺼려지는 존재로 자리매김할테니까요.

 

여러분이 소설을 읽으며 '학교폭력'이라는 무덤덤한 네 글자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가해자든 피해자든 방관자든)의 일상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러한 폭력의 돌림노래를 멈추는 용기를 배우기 바랍니다. 타인을 억압하는 것을 유희로 삼는 삶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폭력이 나와 타인의 인생을 지배하도록 방관하는 삶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있기에 우리는 체이스처럼 굳이 지붕에서 추락하는 사고 없이도 새롭게 시작(Restart:소설의 원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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